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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음원 가격 논란, ‘3배 인상’이 석연찮은 이유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추진에 따라 음원 가격이 최대 3배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그 계산법을 따져보면 소비자들의 실제 음원 이용 행태와는 괴리가 있다. 음원 시장에선 이미 스트리밍 이용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다운로드 상품 위주로 계산된 셈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ㆍ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ㆍ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ㆍ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는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징수규정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핵심은 10년 째 6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스트리밍 저작권료 배분율을 글로벌 기준인 70%까지 올리자는 것. 또 스트리밍ㆍ다운로드 묶음 상품 할인율을 낮춰 저가 덤핑 판매를 제재하겠단 의도도 담겼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불거진 논란은 대부분 음원 가격 인상에 집중됐다. 음원 유통사들은 운영 비용 등을 고려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현재 9000원 수준인 30곡 묶음 상품이 최대 1만6000원, 무제한 스트리밍ㆍ다운로드 상품은 현재 1만원에서 3만40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원 가격이 최대 3배 이상 오른다면 이용자들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위와 같은 산술에 따른 가격이 정답인 걸까?

이 같은 추산엔 묶음 상품 할인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30곡 묶음 상품의 경우 다운로드 가격은 곡당 700원으로 30곡을 다운 받으면 2만1000원이다. 여기서 현행 징수 규정상 50% 할인이 적용돼 1만500원으로 가격이 낮춰지고 소비자들에겐 9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할인율이 25%로 내려갈 경우 1만5750원(700원x25%할인x30곡)이 된다는 게 유통사의 추산이다.


각종 음원 사이트의 상품 소개 일부.[사진=화면캡쳐]

무제한 스트리밍ㆍ다운로드 상품은 스트리밍 가격 3950원(7900원x50%할인)과 통상 100곡 기준인 다운로드 묶음 상품 가격 9310원(700원x100곡x65%할인x62%추가할인)이 적용된다. 두 가격을 합쳐 1만3269원이 되며 음원 업체들은 1만원 정도에 판매한다.

반면 개정안은 각종 할인율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영해 계산하면 스트리밍은 6320원(7900원x20%할인), 다운로드는 2만8000원(700원x100곡x50%할인x20%추가할인)으로 오른다. 이를 더하면 총 3만4320원이 된다.

음원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의 권익 증진엔 동감하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이용자들의 이탈과, 애플뮤직 등 징수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사업자의 반사이익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음원 유통 업계의 계산은 ‘다운로드 묶음 상품’ 위주란 함정이 있다. 특히 무제한 스트리밍ㆍ다운로드 상품에서 다운로드 100곡 단가로 계산된 9310원→2만8000원 증가가 최대 3배 가격 인상이란 예측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언제 어디서나 스트리밍이 가능한 모바일 환경에서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이용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현재 음원업체 가입자의 스트리밍 이용률은 80%를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 할인 서비스와 연계된 음원 상품은 주로 무제한 스트리밍ㆍ다운로드 상품 위주다. 가격 인상 예측의 기준이 된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애초 소비자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운로드가 스트리밍과 묶여 큰 할인폭으로 제공되어 온 셈이다. 정액제 상품의 과도한 할인율은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품 구성에 유통사의 낙전 수입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낙전 수입이란 정액 상품에서 구매자가 제공량을 다 쓰지 않아 떨어지는 부가수입을 말한다. 소비자가 스트리밍과 30곡, 50곡, 100곡 다운로드 등 묶음 상품에 가입하고도 이에 포함된 음원을 모두 듣지 않는 이상 그 비용은 유통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낙전 수입은 유통사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운로드는 스트리밍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단가가 높고, 소비자의 이용률은 떨어져 수익을 따지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격 경쟁이 심한 유통 업계는 낙전 수입이 소비자에 혜택을 주는 할인 프로모션 등 운영 비용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창작자 입장에선 다운로드 감소로 줄어든 수입만큼 스트리밍 수입이 늘어야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트리밍 단가는 다운로드 단가의 100 분의 1 수준이며, 저작권료 배분율도 더 낮다. 현재 스트리밍 단가는 소비자 한 명이 월평균 1000회의 스트리밍을 이용한다고 가정해 1회 당 7원으로(무제한 월정액 기준) 책정됐다. 그나마도 정액제 상품의 예외 규정으로 14원에서 7원으로 할인된 것이다. 저작권료는 그 60%인 4.2원이다.

다운로드의 경우 2년 전 창작자 배분율을 60%에서 70%로 높여 490원의 저작권료가 돌아가지만 실효성은 떨어졌다.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리밍 중심의 음원 시장에서 창작자가 얼마나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돌아온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음악 스트리밍 상품은 매출의 60%가 창작자에게 가는데 그중 작사ㆍ작곡자에겐 10%, 가수에겐 6% 밖에 안 간다”며 “음악인의 창작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수익구조의 불공정성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혀왔다.
 
현행 징수규정에 따른 음원 스트리밍 수익 배분율

국내 스트리밍 사용료 징수규정은 작사ㆍ작곡가 10%, 가창자ㆍ실연자 6%, 제작자 44%(이상 저작권료), 음원 사이트 40%로 나뉜다. 배분율을 적용하면 스트리밍 1회당 작사ㆍ작곡가에겐 0.7원, 가창자ㆍ실연자에겐 0.42원, 제작자에겐 3.08원이 돌아간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은 워낙 단가가 낮아 박리다매”라며 “스트리밍 환경 내에선 아무리 많이 팔아도 ROI(투자자본수익률ㆍReturn on investment)가 안 나온다. 멜론 1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창작자 입장에선 바닥을 긁는 기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음원 서비스 업체인 애플뮤직은 징수규정에 따른 배분율을 적용받지 않고 각 저작권 단체와 개별 협상을 한다. 애플뮤직이 창작자에게 지불하는 스트리밍 배분율은 약 70%다. 애플이나 스포티파이 등은 기본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작해 다운로드 묶음 상품이 없다.

하지만 배분율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유통사들은 말한다. 국내 음원 업체는 ‘정상가(정해진 가격)’를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하는데 비해 애플은 ‘판매가(할인 가능)’를 기준으로 정산하기 때문이다. 할인 프로모션에 따른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방향 공청회를 개최하고 음악 산업 관계자ㆍ일반 국민ㆍ전문가 및 정부관계자의 의견을 모았다.

현재의 음원 유통 구조는 모든 음악에 법적으로 똑같은 가격을 매기고, 음원가를 너무 저렴하게 책정한 정책의 한계란 지적도 나온다. 음악을 만드는 쪽에서 가격을 정할 수 없을 뿐더러 정해진 가격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 셈이다. 과거 징수규정은 불법 음원 시장을 얼마나 합법 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창작자의 권익은 뒷전이 됐고 유통사들로써도 기형적인 할인율을 떠받치게 됐다. 음원 가격과 배분율을 정부가 정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소비자들은 쉽고 편리한 걸 좇아갈 수밖에 없다”며 “스트리밍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그에 대응하는 건 사업자들의 몫이다. 당장 가격 인상으로 손실을 메꾼다는 접근보단 수익모델 다각화 등 상생과 공존을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법상 2개월의 심의 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6월 확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포함된 할인율 축소 수준은 신청안 별로 상이해 현재로선 일관적인 가격 예측이 어렵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가격 인상 논란은 시기상조”라며 “아직 안건이 올라간 것뿐 협의 중인 사안으로, 현행보다 상향된 배분율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권리자의 권익을 향상하고, 소비자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징수규정 개정안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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