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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정상회담 D-3] “한반도 평화무드에 감동…확인하러 임진각 왔죠”
민통선 코앞까지 외국인 북적
녹슨 기관차 옆에서 기념촬영
DMZ투어 관광상품 문의 쇄도


“미국에서도 관련 뉴스가 매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요. 정말 전쟁이 끝난다면 제가 민간인 통제선을 마지막으로 넘어본 외국인 관광객 중 하나가 되겠죠.”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교회에서 단체관광차 임진각을 찾았다는 리처드 노엘(26) 씨는 바닥에 그어진 민간인 통제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며 신기해했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를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이 망원경을 통해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인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공원은 북한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다. 주차장 한 쪽에 마련된 DMZ 투어 매표소에서는 땅굴과 도라산역을 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고, 북한 지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임진각 전망대도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날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접경지역을 직접 확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이날 오후께 DMZ 투어를 마쳤다는 스티브(59) 씨는 “한 나라가 둘로 나뉘어 60년 넘게 싸웠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그러나 최고 지도자들끼리 만나 평화를 논의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DMZ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2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인근 관광지가 모두 폐쇄된 적이 있었다”며 “불과 2년 사이에 평화 회담을 앞둬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이 여행사를 통해 DMZ 지역을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만 100여 명에 달했다.

임진각 바로 옆에 마련된 자유의 다리와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된 경의선 증기기관차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자유의 다리 앞에 선 관광객들은 철조망에 걸린 리본의 글귀를 가이드에게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직접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글귀를 노란 리본에 써 철조망에 건 관광객도 있었다.

자유의 다리 바로 옆 기관차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은 관광객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끊어진 임진강 철교였다. 임진강 철교 전망대를 위해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노란 실선이 그어진 바닥이 보인다. 민간인 통제구역임을 알리는 실선이다. 가이드가 노란 선에 대해 설명하자 관광객들은 놀라며 넘어가도 안전한지 재차 물었다.

임진강 철교는 보안상 정면 방향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철교 양옆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었고, 시설을 관리하는 가이드도 영어와 한국어로 거듭 강조했다. 도라산역까지 이어지는 바로 옆 철교도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페레즈(35) 씨는 “필리핀도 지난 6ㆍ25 전쟁 당시 군대를 파견해 한국을 도왔다. 의미가 남다르다”며 “정상회담이 잘돼서 이 신기한 광경을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레즈 씨는 철교에서 한참 동안 북한 지역을 바라본 뒤 다시 임진각 전망대로 향했다. 마침 미세먼지도 적어 망원경을 통해 북한 지역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페레즈 씨는 “바로 앞이 개성이라고 들었다”며 “지금은 마치 동물원에 온 듯 멀리서 구경하지만,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임진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저녁께서야 단체관광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시설 관계자는 “우리나라 관광객들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질문 한다”며 “아무래도 분단이 일상이 된 우리보다는 외국인들이 이 상황을 더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진각=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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