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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서울버스 음식물 반입금지…“바쁜 아침 빵도 못 먹나?” 장거리족 한숨
-출퇴근길 공복에 멀미…“버스서 허기 달랬는데…”
-“과잉규제” 목소리도…“에티켓 교육부터 했어야”
-지하철ㆍ기차는 규제 없어…형평성 지적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28ㆍ여) 씨는 요즘 출근길 아침 멀미를 심하게 앓아 걱정이 크다. 평균 출근시간이 1시간이라 버스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해왔지만, 최근 서울시에서 버스 내 음식물을 금지하면서 이를 못하게 됐다. 김 씨는 빈 속에 버스를 타면 속이 울렁거리는 터라 아침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그동안 냄새 나는 음식을 먹거나 버스에 쓰레기를 버린 적도 없었다”며 “무조건 금지하는게 능사인가”라고 지적했다.

#. 대학생 조한수(26) 씨는 커피 때문에 학교 가는 길 더 돌아가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한다. 버스에서 음료를 마시면 안 되는 것을 깜빡하고 타는 바람에 버린 커피만 십여 개다. 조 씨는 “배차간격이 길어 버스를 놓치면 20분씩 기다려야 하는데 억울했다”며 “내가 타는 버스는 대부분 앉아서 간다. 지금까지 옆 사람이 음료를 쏟는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시민들이 잘못을 했을 때 법적 규제를 해야 하는데 (이번 규제는) 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출근길 서울의 한 버스 안 시민들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시가 관련 조례 개정으로 올해부터 시내버스에 음료 및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 가운데, 장거리족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시에 따르면 가벼운 충격으로 인해 내용물이 밖으로 흐르거나 샐 수 있는 음식물이나 포장돼 있지 않아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은 반입 금지다. 그러나 일부 장거리족들은 버스를 차에서 간식을 먹거나 음료를 섭취하는 것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의 이모(42) 씨는 “유치원생 아이가 울까봐 과자를 들고 탄 적이 있는데 눈치가 보였다. 부스러기가 나오는 과자도 아니었는데도 들고 타면 안될 것 같아서 가방에 다시 넣었다”고 하소연했다.

지하철, 기차 등 다른 교통수단과 대조하며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의 나모(23) 씨는 “오랜 시간 타야 하는 기차에서는 음료와 과자 등을 팔지 않느냐”며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차에서도 똑같이 음식 냄새가 나고 음료도 쏟을 수 있다. 입법 취지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한 시민이 지하철 안에서 음식물을 먹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정윤지(31) 씨는 “지하철에서 토스트를 먹는 사람도 봤다. 똑같은 서울시 대중교통인 지하철에선 왜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버스 에티켓은 말 그대로 도덕의 영역인데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음식물 반입 금지령을 내리기 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를 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게 먼저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쾌적하고 안전한 버스 운행을 위해서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경인(56) 씨는 “버스에서 부스럭거리고 쩝쩝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불쾌하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면 강제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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