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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손주 육아에 등골휘는 할마ㆍ할빠…“인정은 못받고 자녀와 갈등만”
-조부모들, 젊은 부모 육아법 배우려 고군분투
-늦은 나이 고된 육아 도맡고도 인정 못받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돌 지난 아이에 단 사탕, 초콜렛 먹이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 결혼 3년차 직장인 A(33ㆍ여)씨는 직장일 때문에 아이의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겼다. 10분 거리에 사는시부모님이 부부가 출근한 후 손주 육아를 담당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건 감사하지만 먹는 것, 입히는 것, 가르치는 것부터 사사건건 부딪히는 통에 A씨는 골머리를 앓는다고 젊은 부모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육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명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로 불리는 조부모에게 양육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다시 육아를 떠맡은 조부모들은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요즘 세대와 다른 육아법으로 인해 자녀들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고충이 커지고 있다.

[사진=늦은 나이에 다시 육아에 돌입한 조부모들은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요즘 세대와 다른 육아법으로 인해 자녀들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고충이 커지고 있다.]

30대 맞벌이 자녀가정을 위해 손주 육아를 떠맡은 김모(63ㆍ여) 씨는 손주와 같은 요즘 아이들이 알러지가 심한 경우가 많아서 먹는 것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점을 몰랐다. 김 씨는 “처음엔 자식한테 많이 혼이 나 서운했다”며 “손주가 너무 귀여워서 아이를 맡아줄테니 가까운 곳으로 이사오라고 했을 땐 그렇게 고마워하던 자식들인데, 아이 키우다 조금만 잘못해도 군소리를 들어야하니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현재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같은 고충이 드러난다.

응답자 10명중 7명(73.8%)이 손자녀 육아를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손주 육아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로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44.4%)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사진=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조부모 육아 관련 상담글들.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조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육아를 비롯한 가사노동에 대한 충분한 감정적ㆍ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다. 세 살난 손주를 키우는 서모(58) 씨는 “자식들 형편을 생각해 별다른 보상 없이 아이를 봐주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할머니가 키운 티가 난다는 소리를 안 들었으면 해서 요즘 엄마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음알음 배우려고 노력 중이지만 그래도 자식들이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조부모들의 고충이 늘고 있지만 지원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조부모의 황혼육아, 그 실태와 지원방안을 모색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돌보미 사업 내의 조부모 돌봄 양성과정을 추가 설계하고 조부모 및 조부모-부모 세대 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성이 있다”며 “단, 조부모의 영유아 손자녀 양육지원 정책이 오히려 조부모의 황혼육아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은만큼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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