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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유홍준 지음,창비)=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또 추사로 돌아왔다. 2002년 3권짜리 ‘완당평전’을 내고 2006년 전기 ‘김정희’를 펴낸 지 12년 만이다. ‘완당평전’은 수백개 오류의 지적을 받았지만 ‘완당 바람’을 일으키는 중심에 섰다. 이번에 나온 ‘추사 김정희’는 그런 지적들에서 좀 자유롭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주인공의 일대기를 좇는 전기문학 형식으로 엄밀한 학문적 검증을 요하기 보다 교양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책은 추사의 생애를 10개의 장으로 나눠 신동으로 촉망받던 어린시절부터 갓 생원시에 합격한 추사가 아버지를 따라 연경을 방문, 옹방강, 완원 등 당대 명사들과 교유하고 신사조인 고증학, 금석학을 통해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등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전성기는 대과에 급제하고 빼어난 기량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던 30,40대. 당시 추사는 오만으로 비칠 만큼 날카로운 성격과 독설로 미움을 사는 일이 많았다. 추사가 인생관의 대반전을 이루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계기가 된 건 9년간의 제주도 유배였다. 생애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세한도’와 추사체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잔서완석루’, 신품의 경지로 일컬어지는 ‘불이선란’등이 모두 이 시절의 소산이다. 저자는 추사의 흔적을 좇으며 작품에 대한 그 나름의 평가도 붙였다. 1988년 추사 김정희론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한 유 교수에게 추사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 책은 추사의 예술혼과 역사적 사실을 엮어 다면적인 추사의 모습, 예술가로서 성숙돼가는 과정을 좀 더 깊어진 시선으로 담아냈다. 책에 280여점의 도판이 실려 이해를 돕는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이성대 옮김, 김영사)=’동물의 크기가 동물의 생활방식을 결정한다‘. 당연해보이지만 과학적 이유를 대려면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일본의 동물생리학자인 저자는 동물들의 크기에 따른 심박의 빠르기, 호흡수, 기초대사량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측정하고 분석해, 그것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동물들의 생김새와 행동의 진짜 이유를 밝혀낸 것이다. 저자는 몸집이 크면 무조건 좋은 건지, 왜 바퀴달린 동물은 없는지, 지렁이가 뱀처럼 굵어질 수 있는지 등 흥미로운 질문들에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가령, 지렁이처럼 혈관계가 있어서 붉은 피가 흐르지만 아가미나 허파 같은 호흡계가 없는 동물은 얼마나 굵어질 수 있을까? 아무리 굵어져도 지렁이는 몸의 반지름이 정확하게 1.3 센티미터를 넘지 못한다. 부피와 표면적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크기와 모양은 산소와 영양물질의 공급과 관련이 있다. 납작벌레가 납작한 이유는 호흡계나 순환계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표면적을 넓히는 납작형태로 몸을 만듦으로써 산소 운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동물이 지닌 순수한 정보를 통해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을 이해하는 이런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92년 일본에서 출간돼 90만부 이상 팔리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전진성 지음, 책세상)=베트남 중남부 해안에 자리 잡은 빈딩성은 한국과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1966년 연초에 한국의 맹호부대가 마을을 점령,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고 가옥이 불탔다. 50년이 지난 2016년 2월 학살이 일어난 이 곳에서 위령제가 열렸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전쟁의 희생자로 섰다. 전진성 교수는 베트남전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그동안 외면해온 질문을 던지며, 가해자의 아픔에서 이 유혈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민간인학살이란 죄명을 씌워 참전군인을 비난해선 안되며, 남의 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피해자임을 강조한다. 자유의 투사도, 살인마도 아닌, 낯선 전장에 던져진 초라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주의에 기대 삶의 정당성을 찾아보려했지만 국가로부터 배신당했다는 것. ‘반공‘과 ’자유‘의 이데올로기로 기억을 금지당한 이들의 아픈 기억을 되돌려주는 게 저자가 의도하는 바다. 애국심의 논리에서 벗어나 도덕성과 생명존중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저자는 맹호부대 통역관으로 참전했다 전사한 아버지를 둔 박숙경씨를 통해 어떻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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