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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金)자된 감자 ①] 감자볶음, 밥상에서 사라졌다
-가락시장 도매가 3만원→10만원대 ‘껑충’
-주부들 “식탁에 감자 올리기 너무 겁나”
-겨울한파ㆍ꽃샘추위 따른 공급부족 때문
-때아닌 온라인 감자 직거래 장터는 호황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 서울 동작구에 사는 송혜선(39ㆍ여) 씨는 대형마트에 저녁 장을 보러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한달 전만 해도 100g에 500원 수준이었던 감자가 800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햇감자 5개를 봉투에 담아 무게를 달았더니 1만원에 육박했다. 얼른 3개를 도로 내려놨다. 채썬 감자를 기름에 달달 볶은 반찬 하나면 아이들 밥투정 걱정이 없었다. 이제는 감자 반찬을 자주 올리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 송 씨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난 겨울 한파 영향으로 치솟았던 채솟값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감자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감자 매대 모습.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날씨가 풀리면서 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감자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수미 감자 상(上)품 20㎏ 한 박스의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10만6143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7일(2017년 4월 11~17일) 평균 3만3916원과 비교해 3배 이상 뛴 수준이다.

소매 가격도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감자 소매가는 100g에 지난주(4월 2~5일) 663원에서 이번주(4월 9~12일) 724원으로 9.2% 상승했다. aT 유통정보부 관계자는 “지난해 저장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고 햇감자 출하 물량도 많지 않아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찾아가본 판매 현장에선 체감폭이 더 컸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선 감자 900g 한봉이 7990원, 이보다 알이 작은 조림감자 1㎏ 한봉이 39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낱개로 판매하는 하우스 햇감자는 100g에 880원 수준이었다. 한달 전 548원보다 300원 가량, 1년 전 410원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보통 감자 한알에 200g이 넘기 때문에 하나당 2000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지난 겨울 한파 영향으로 치솟았던 채솟값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감자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감자 매대 모습.

이날 마트에서 만난 이희옥(52ㆍ여) 씨는 “감자 굵은 건 하나에 2000원이 넘으니 사기 망설여진다”며 “저녁에 된장찌개를 끓여먹으려고 하는데 감자는 그냥 빼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씨 외에도 가격만 확인하고 그냥 돌아서는 소비자를 여럿 볼 수 있었다.

감자값 고공행진에 온라인 직거래 장터는 호황을 맞았다. ‘금값’ 된 감자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덕이다. 한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인터넷 카페에 최근 올라온 햇감자 주문 공지에는 일주일 만에 수백개 댓글이 달렸다. A 직거래장터 관계자는 “1차 물량 3㎏ 100박스 판매가 마감된 후에도 주문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했다.

감자값 급등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 문제가 꼽힌다. 지난 겨울 한파와 올봄 꽃샘추위 등 기후 영향으로 감자 생육이 좋지 않았던 점이 공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우스 감자를 주로 생산하는 전북 남원과 김제 광활지역의 경우 한파 피해로 출하 시기가 지연된 것은 물론, 평당 수확량도 크게 감소했다. 제주 감자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겨울에 제주에서 ‘대지마’ 품종의 감자를 생산해 2월까지 먹는데 올해는 폭설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1월 정도까지만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감자 대부분이 ‘수미’ 또는 제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대지마’ 품종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감자 가격이 다음달께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달 초 발행한 4월 가격전망 자료에 따르면 감자 공급량 부족에 따른 대책으로 호주산 감자 일부 출하가 계획돼 있다. 아울러 이달 하순경에는 경남 밀양과 김제, 부안등지에서 하우스감자 출하량이 늘어 가격 급등세가 어느 정도 꺾일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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