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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막무가내 불법주차 ‘아찔한 학원가’…보호구역 지정 힘들다?
-학원ㆍ학부모 차량 몰리는 학원존은 ‘안전 사각지대’
-경찰 “학원가 도로 보호구역 지정”… 현장선 “도움 안된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 여기! 빨리 타자 빨리!” 19일 오후 10시 경기도 안양시 평촌 학원가 도로는 3차선에 정차한 학부모 차량과 4ㆍ5차선을 점령한 학원 버스로 가득찼다. 곳곳에 붙어있는 주정차 금지구역이라는 표지와 CCTV 녹화중이란 안내판이 무색하게 도로 세개가 주차장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3차선 도로에 세워둔 부모님 차를 타러 차선 두개를 건너가는 중고등학생들과 막 출발할 채비 중인 학원 차량이 뒤섞인 모습은 교통안전을 찾아볼 수 없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4ㆍ5 차선을 점령한 채 주차한 학원 차량 사이로 한 학생이 걸어가는 모습. 주차한 차량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초중고를 불문하고 학생들이 밀려드는 학원 밀집지역. 일명 ‘학원존’은 학교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교통안전은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다. 경찰청이 지난 2016년 개정해 학원존도 스쿨존처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바꿨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가 더 많다.

경찰청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 지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공포했다. 개정령안 공포 이전까지는 시설 운영자가 신청할 때만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나서서 신청하는 초등학교, 유치원, 특수학교, 어린이집 등과 비교해 사립 학원 시설의 지정 비율이 낮았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1929곳 중 학원시설은 2.9%(56곳)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러나 개정령안이 공포된 지 2년이 지났어도 학생들이 학원존에서 교통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은 여전하다. 19일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대치동 유명 학원가에 따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된 구역은 없다. 학원 개수로는 대치동을 능가한다는 안양 평촌 학원가 역시도 무방비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동안구청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평촌 학원가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 없어 관리하지 않는다. 주차단속반에서 관리하는 곳”이라며 관할이 아니라고만 밝혔다.

[불법주정차 단속 표지판에도 주정차한 학원 차량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이처럼 유명무실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제를 둘러싼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학원차량 운전기사 일부는 학원가 등 안전 사각지대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경찰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주정차를 금지하고 제한속도를 지정한다고 해서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기사 김모(63) 씨는 “학원이 죄다 끝나는 9시, 10시가 되면 차들이 몰려 쉽게 빠져나갈 수도 없는 아수라장이 된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정차 단속이 엄격해지면, 딱지 피하려고 서둘러 출발하는 사례가 늘어 오히려 사고가 더 날 수 있다”며 “학원가 인근 교통안전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운전기사 이모(58) 씨는 “학원가 인근은 9시에서 10시까지 상습적으로 길이 막혀 원래도 거북이 걸음하는 곳”이라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제한속도가 생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일이 있겠냐. 차라리 인근에 무료 주차장을 만드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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