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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 시간여행 궁중문화축전 올해 달라진 것들
세종 즉위 600주년 기념…애민 코드
동아시아 여민동락 축제 ‘산대’ 재연
국민 퍼레이드 외 34개 이벤트 진행
향후 ‘글로벌化’, 경희궁 활용도 추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어릴적 부터 궁궐에 놀러가면, 아무도 없고, 전각 안에는 못들어가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왜 우리의 궁은 궁궐의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을까요. 제가 이제 궁궐 프로그램을 만드는 어른으로 컸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서 궁에 온 순간, 시간여행을 하시는 순간 만큼은 그 시대 궁궐 사람, 그들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오는 28일 개막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궁궐페스티벌, 제4회 궁중문화축전 설명회가 있던 18일, 박준혁 주제공연 연출감독의 이 말은 마치 궁궐 구경에 대한 한풀이 처럼 느껴졌다.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입장에서 궁중문화축전을 구현하게 된데 대한 보람도 가득했다.

‘국민들은 궁궐을 통해 뭘 얻고 뭘 체험하고 싶을까’하는 생각으로 기획해 궁궐놀이 체감도를 높인 9일간의 봄 축제, ‘2018년 제4회 궁중문화축전’이 세종대왕 즉위 600년을 맞아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로 문을 연다.

[사진=28일 개막되는 올해 궁중문화축전 세종과 소헌왕후의 다시 잇는 사랑]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이 주관하는 제4회 궁중문화축전은 오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에서 펼쳐진다.

올해 키워드는 조화와 소통의 태평성대를 꿈꾼 세종 이도의 나눔정치,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여민동락 축제의 대표 코드 ‘산대희’의 재연, 국민 체험형 프로그램의 확충 등이다.

오는 28일 ‘세종 600년, 미래를 보다’ 개막제가 경복궁 흥례문 광장의 밤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축전 기간 내내 세종의 애민정신과 업적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경복궁을 무대로 선보이는 뮤지컬 ‘세종이야기 왕의 선물’(5.5. 경복궁 근정전)은 혼란, 사랑, 태평성대 등 3파트로 꾸며지는데, 옛 복식을 한 무사와 백성들의 표정과 춤사위가 현대적이어서 친근한 느낌을 준다. 세종과 소헌왕후 간 뮤지컬형 사랑 나눔은 당대 못다 이룬 부부지정을 오늘에야 완성하는 듯한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세종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 ‘세종이야기 보물찾기’는 4대궁 공통 프로그램으로 5월초에 진행된다.

지식 나눔, 권력 나눔으로 상징되는 한글 창제와 관련, ‘한글 타이포 전’(경복궁~수정전 / 4.28~5.6)이 열린다.

[사진=28일 개막되는 올해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조화와 소통의 종합 예술 ‘산대희’= 이번 축전에서는 조선 최대의 축제 ‘산대희(山臺喜)‘가 광화문 광장에서 재현된다. 산대희는 산 모양의 야외무대 위에서 펼쳐진 각종 연희들의 총집합체로, 궁정의 의례와 민간의 마당놀이가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거대 도시 축제다.

진옥섭 이사장은 산대의 의미를 설명하던 중 ’민주주의‘를 얘기하려다 말았다. 조선시대 답지 않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애민(愛民)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한 뒤 “산대 정신은 궁궐에서 주최한 축제이지만 백성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펼쳐지는 것이고, 중앙과 지방이 어우러지며, 상위와 하위가 교류하는 것으로, 소통과 나눔의 가치를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축전에서는 당시 최고 수준의 조형 예술, 무대 미술, 공연 예술 등을 총체적으로 결합해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정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를 온 백성과 시민이 함께 축하하는 ‘예산대(曳山臺, 산대놀이의 하나로 바퀴를 이용해 무대를 이동함) 시민 행렬 ’세종의 꿈’이 오는 29일 광화문 광장~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진행된다.

300명의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산대희가 갖는 기쁨과 조화, 소통의 의미를 나눈다. 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탈을 쓴 사람들이 다양한 연희로 광화문 광장을 수놓을 예정이다.

용과 코끼리, 동물잡상 퍼레이드가 함께 한다. 코끼리는 물을 뿌리며 풍년을 기원한다. 올해엔 미세먼지 황사도 씻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대는 한마디로 ‘광장 문화’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축제이다. 올 궁중문화축전의 광화문 산대희 퍼레이드와 퍼포먼스는 1년반 전, 매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민주주의 축제’를 연상케 한다.

[사진=28일 개막되는 올해 궁중문화축전 종묘 묘현례]

▶쇤네 궁인들, 34개 프로그램으로 ‘국민 전하’를 알현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을 위해 왕실부터 나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여행을 안내한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아름다운 창덕궁에는 달빛 아래 고궁의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 인(in) 축전(5.3~5.5)’, 봄꽃이 흐드러진 화계(화초, 석물, 꽃담 굴뚝 등으로 이루어진 계단식 정원)를 배경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낙선재 화계 작은 음악회’(4.29~5.6), 옛 지도를 따라가며 창덕궁의 변화상을 감상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5.2~5.3)’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왕실의 삶의 정취가 배어 있는 창경궁은 당시 궁궐의 일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시민들이 직접 대신과 상궁, 나인, 내의녀 등으로 분장하고 영조 시대 궁궐의 하루를 체험하는 ‘시간여행, 그날’(4.29), 경복궁 뮤지컬 세종이야기 ‘왕의 선물’을 문정전에 걸맞게 재구성한 ‘궁중극-세종이야기’(5.2~5.3), 정조실록에 기록된 사건을 실제 배경인 창경궁 각 전각에서 재현하는 공연 ‘정조와 창경궁(5.5~5.6)’ 등이 진행된다.

[사진=28일 개막되는 올해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퍼레이드]

▶덕수궁 고종의 커피도 다시 내린다= 대한제국 수립의 무대이자 근현대사의 상징인 덕수궁과 조선왕조의 혼이 담긴 유교 사당 종묘에서도 각 장소의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덕수궁 정관헌에서는 대한제국 선포 이후 거행된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4.28~5.1, 5.5~5.6)가 재현되고, 석조전 앞에서는 고종황제가 즐겨 마시던 가배차(커피)를 당시 방식대로 체험할 수 있는 ‘대한제국과 가배차’ 행사가 마련된다.

종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의 제사 의식 ‘종묘대제’를 비롯해 ‘종묘제례악 야간공연’(5.2~5.4), ‘종묘 묘현례(4.28~4.29)’ 등의 프로그램으로 종묘의 장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가족, 연인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온 관람객을 위한 체험·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각궁에 숨겨진 국보와 보물을 찾아 도장을 모으는 ‘궁궐 속 보물 들여다보기’가 축전 기간 내내 펼쳐지며 ‘훈민정음 탁본 체험’(5.1~5.5, 4대궁 일원), ‘왕실 내의원 한의학 체험(5.2~5.6, 창덕궁 성정각)’ 등이 궁에서의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궁을 배경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모를 거쳐 선정한 ‘고궁 한복 사진전’과 백성과 나라에 대한 왕의 고민이 담긴 ‘어제시(御製詩, 임금이 쓴 시) 전시(4.28~5.6, 창덕궁 인정전 회랑)’ 등의 다양한 전시들도 축전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사진=28일 개막되는 올해 궁중문화축전 경회루 음악회]

올해는 축전 기간에 4대 궁과 종묘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도 운영될 계획이라 더욱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각 궁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다.

안태경 총감독은 “세종은 종묘제례악 25곡의 작곡가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음악예술 무형유산중 작곡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주 드물다”면서 “자세히 보면 의미가 깊고 아름다운 면모가 가득한 궁중문화축전이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활기차게 진행되고 모두가 소통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전에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www.royalculturefestiva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진옥섭 이사장은 앞으로 우리의 궁중문화축전의 세계적인 위상에 걸맞게 산대희 한-중-일 학술회의를 추진하는 등 지구촌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글로벌화 노력을 기울이고, 경희궁도 축제의 마당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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