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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 기자의 생생건강] ‘귀지는 세균침입 막는 인체 보호막..잘못된 면봉사용으로 오히려 청각 잃을 수 있어’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 직장인 김모씨(42)는 최근 귀가 멍멍하고 꽉 막혀있는 것 같은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바로 귀 안을 확인한 결과, 면봉으로 귀를 파다가 면봉의 솜이 환자의 귀를 막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귀를 막고 있던 솜을 제거하자 귀가 확뚤린 것같은 기분이 바로 드는것은 당연지사. 의사는 면봉에서 떨어져나온 솜이 5일 동안 귀털과 함께 엉켜 있어 하마터면 고막 손상이나 세균감염까지 유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봉으로 귀를 파지 말 것을 당부했다.

습관적으로 면봉과 성냥개비나 금속물질을 사용해 귀지를 파내다가 오히려 귀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귀지는 대부분 제거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고막과 외이도의 상피세포가 외이도의 바깥쪽을 향하여 원심성으로 움직여 손톱자라는 속도와 비슷하게 하루 0.05mm씩 바깥쪽으로 귀지가 자연스럽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귀지는 지방성분이 많기 때문에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약산성이기 때문에 병원균들이 잘 증식할 수 없게 한다. 또한, 라이소자임을 함유하고 있어 항균성을 지니고 있고 귀지 성분이 외이도뿐만 아니라 외이도 피부표층에도 녹아들어 세균의 피부 침투를 막아 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귀지는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

만약 자주 귀를 후비면 방어역할을 하는 귀지가 너무 지나치게 제거되는 것뿐만 아니라 외이도 피부의 지방층이 파괴되어 세균이 쉽게 침범하게 되어 급성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너무 습관적으로 후비면 잘 치료되지 않는 만성 외이도염이 생길 수도 있으며 이런 경우 만성염증에 의하여 귓구멍이 좁아져 청력장애가 올 수도 있다.

귀지의 양이 개개인에 따라 크게 달라 양이 많아서 외이도를 완전히 폐색시킨 경우나, 귀지제거능력이 저하된 노인 분들의 경우 귀지에 의한 외이도 폐색증이 나타나 청력저하 소견이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한 경우는 아니다.

아기도 귀지를 일부러 파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초보 엄마들의 경우 아기의 귀지를 파주다가 귀에 염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그냥 놔두는 것이 좋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나윤찬 교수는 “엄마가 보기엔 귀지가 있으면 답답해 보이지만 소리를 듣는 데는 지장이 없으므로 그냥 놓아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라며 “귓속 청소는 아기가 목욕을 마친 뒤 귀 입구를 면봉으로 닦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며, 만약 너무 많아 외이도가 막혀 보인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면봉이 오히려 청력을 손상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 대학병원 소아이비인후과 제이 샤 박사팀이 지난 20년간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년 1만20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잘못된 면봉 사용으로 귀와 코, 인후 등에 손상을 입었다. 환자의 67%는 8세 미만 어린이였으며, 이 중에서도 40%는 3세 미만 아동들이었다.

대부분 면봉으로 귀를 파다가 얻은 부상이었다. 이들은 출혈, 통증, 청력 손실, 현기증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샤 박사는 “귀지가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라면서 “귀지는 박테리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외이도를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샤 박사는 “겉에서 봤을 때 귀지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제거하지 말고 제거하더라도 면봉 대신 젖은 천으로 닦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면봉을 잘못 사용하면 귀지가 오히려 귀 안쪽으로 들어가 가려움, 불편감, 청력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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