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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이후] ‘뒤탈 생길지 모르니…’ 원나잇 계약 어플 등장
-관계 맺기 전 계약서 공유…500명 다운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 20대 男 제작
-‘신선’ vs ‘女 잠재적 꽃뱀 취급’ 반응 교차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우리는 서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인하기.’

미투 운동을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원나잇 계약서’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성인 남녀가 잠자리를 갖기 전에 미리 계약서를 쓴다는 것인데 사용자 사이에선 ‘신선하다’, ‘여성을 잠재적 꽃뱀 취급을 하고 있다’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원나잇 계약 앱 처음 화면 캡처
원나잇 계약 앱 화면 여자 사인창

앱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을 받고 앱을 열면 ‘나는 이 사람과 사랑하기 때문에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하며 강제적이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문구가 뜬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사인을 한 뒤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면 된다. 지난 1일 출시한 이 앱은 11일 현재 500여명이 다운로드했다.

성관계를 하기 전에 서로 계약서를 써 공유한다는 이 어플을 만든 제작자 문모(23) 씨는 “성인 남녀 사이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원나잇이라는 게 불법이나 불건전한 게 아닌 데 요즘 들어 원나잇을 할 때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이성인데도 미투로 고발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앱 소개에는 ‘요즘 핫한 미투 운동, 당신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그에게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지위나 권력을 무기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잘못된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미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밤길 다니기 무섭고 데이트 폭력이 두려운 여성들과 같이 평범한 남자들도 똑같이 두렵고 불안함을 느낀다”며 “앱을 통해 남녀 모두 이해와 관심 쪽으로 노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펜스룰에 대해서는 ‘너무 극단적인 현상’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언제까지 극우파 극좌파처럼 남자와 여자를 가르며 살 수는 없다. 펜스룰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녀를 더욱 더 갈라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사이에서 반응은 엇갈렸다.

한 사용자는 앱 리뷰를 통해 ‘너무 참신하고 편하고 쓰기 좋다’고 평가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앱이다, 연인간의 믿음에도 좋은 것 같고 혹시나 하는 법적 문제 처리에도 좋을 것 같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실제 사용자 안모(27) 씨는 “분명 로맨틱하진 않지만 불안감을 갖고 여성을 만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한 여성 사용자는 ‘(남성들이) 언제 고발당할지 몰라 불안하다는 마음은 이해하나, 결국 여성을 잠재적인 꽃뱀 취급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증명하는 게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남성 직장인 김모(29) 씨는 “성관계에 있어서 동의를 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굳이 기계적으로 앱을 통해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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