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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까지 출동시켜 ‘꺾기’한 은행...수법 교묘
대출서류 사이 카드신청서 ‘슬쩍’
고객 항의하자 물리력 동원 ‘진압’
금융권 전반에 지능화되며 확산
당국 “괜찮다” vs. 소비자 “적폐”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지난 6일 모 은행의 강남지역 지점에서 대출 서류를 두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지점이 대출 신청 서류 속에 카드 입회신청서를 끼워둔 것이었다. 카드 입회신청서는 20여장의 대출 신청 서류들 사이에 들어있었다. 은행 창구에는 빨간 글씨로 작성한 카드 입회신청서 견본이 대출 신청 안내서 옆에 나란히 놓여있었다. 수십여장의 서류를 줄줄이 작성하다 보면 깜빡 넘어갈법한 ‘끼워팔기’였다.

실제로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은행 측이 일부 고객들에게 카드 입회신청서까지 써야 대출이 되는 것처럼 안내했다는 피해 사례도 나왔다. 이에 항의하는 고객을 두고 지점 측이 ‘영업방해’라며 맞서느라 경찰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대출서류 사이에 끼워진 신용카드 가입신청서

시중은행들은 대출 우대금리 요건으로 ▷신규 카드 개설 ▷카드 월 이용실적 충족 ▷신규 적금상품 가입 ▷1억원 이상 고액 예금 일정 기간 예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요건 각 항목을 채울 때마다 0.1%포인트씩 금리를 깎아주기도 하고, 요건 3~4개를 다 만족시켜야 0.2~0.3%포인트를 낮춰 적용하는 방식도 있다.

은행측은 고객의 선택에 기반한 마케팅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는다 해도 대출 자체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그레이존(불법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부분)’으로 보고 우대금리 요건을 창구에서 명확히 안내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요건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은 채 수십장의 대출서류 중간에 슬쩍 ‘끼워넣는’ 방식이다. 문제가 된 지점에서는 계약자가 작성 과정에서 “이게 뭐냐”고 따지면 그제서야 설명을 했다.

특히 이같은 ‘끼워팔기’는 집단대출이나 2금융권까지 퍼지고 있다. 집단대출은 금리가 정해져있어 금융상품 이용으로 우대금리를 받을 여지가 없다. 최근에는 건설사에서 이자를 부담하는 ‘무이자 집단대출’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은행 창구에서는 “잔금 대출할 때 카드 사용실적이 있으면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만드는게 좋다”고 권한다.

조합원들의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한 2금융권 기관에서도 ‘적금 금리 2.6%’를 내세우면서 보험 신규가입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보험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기관은 고객들이 창구에 앉아 적금 개설 상담을 할 때까지 보험 신규 가입 조건을 안내하지 않았다.

대출 받는 입장에서는 금리 0.1%포인트가 아쉽다. 1억원을 대출 시 이자를 0.1%포인트 깍으면 연 10만원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끼워팔기’지만, 사실상 ‘꺾기’인 셈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거래조건을 달아 이자를 감면해준다면 카드를 안 쓰는 사람들은 그만큼 이자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라며 “당국이 이런 꺾기를 다 보지 않는데, 금융사 이익편중 구조를 소비자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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