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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전자발찌 성폭행범 거짓말 한마디에 뻥 뚫린 공항…법무부 감시 ‘구멍’
-출국심사 ‘허가받았다’ 거짓말…베트남 공항서 검거
-“보호관찰소-출입국사무소 정보 공유시스템 시급”
-美, 보호관찰대상자 여권에 ‘보안처분 대상자’ 기록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고 베트남으로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부실한 출국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신모(38) 씨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전자장치부착법ㆍ보호관찰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과거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신 씨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함께 선고돼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앞서 신 씨는 지난달 4일 A모(20) 씨에게 졸피뎀이 섞인 술을 마시게 해서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러나 법원은 “신 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 위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일각에선 법원의 이같은 결정이 전자발찌를 통해 재범자의 구속을 면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성폭행범이 동종 범죄를 다시 저질렀는데 전자발찌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은 점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법원이 그를 구속만 했어도 이번 해외 도주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을 피한 신 씨는 몰래 베트남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전자장치 부착법에 따라 신 씨는 출국 전 보호관찰관의 출국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신 씨는 출국허가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신 씨는 공항의 출국 심사 과정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임이 확인됐지만 법무부의 출국 허가를 받았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질문에 신 씨는 ‘법무부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이를 믿은 출입관리사무소 직원은 별다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과시켰다. 그 사이 보호관찰소는 신 씨의 출국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비행기가 이륙한 후에야 이를 확인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베트남까지 비행시간이 약 5시간 소요돼 보호관찰소가 출국 사실을 발견했지만, 일본처럼 비행시간이 짧은 곳으로 도주했다면 ‘닭쫓던 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법무부의 여행 허가를 받은 보호관찰 대상자가 현지에서 도주하는 경우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의 전자발찌 착용자 수는 30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0명이 법무부 허가를 받고 해외에 다녀왔는데 5명은 현지에서 도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무단 해외 도주를 막기 위해선 보호관찰소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재범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도주성 출국을 예방하기 위해선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보호관찰소가 정보 공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보호관찰 대상자는 전자여권에 ‘보안처분 대상자’임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보호관찰 대상 여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출국 허가 여부를 강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분석한 후 양 기관이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출국 승인 여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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