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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한지작가 전광영다채로운 컬러를 보듬다
70년대 추상평면회화부터 신작까지 개인전

화사해졌다. ‘세계적 한지 작가’ 전광영(74)의 최근 작품은 다양한 색을 입었다.

삼각 오브제를 한지로 싸고 묶은 뒤, 수백 수천개를 촘촘하게 엮어 커다란 하나의 집합체로 선보이는 전광영 특유의 작품은 지난 수년간 흑백의 조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컬러의 변주가 일어난 건 최근의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봅니다(허허)”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웃으며 눙쳤다. 그러나 이같은 색이 무심코 나타난건 아니다. 

한지작가 전광영의 최근작은 화려한 컬러를 자랑한다. 작가는 “나이가 들었나보다”며 눙쳤지만, 화려한 색이 그냥 튀어나온건 아니다. 빨강, 노랑, 초록 모두 조상들의 삶과 연관돼 있다. 이한빛 기자/vicky@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전공하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회화를 전공한 전광영 작가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고 한다. 미국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초기회화, 10여년 미국생활에서 한국작가로 정체성을 표현한것이 바로 한지작업이었다. 작가는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선조들이 쓰던 민예품을 보면 “이제는 우리조상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번전시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색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다양한 노란색이 혼재된 작품 ‘집합18-JA001(꿈1)’을 예로들며, “혼기를 채운 처녀가 입었던 노란 저고리가 시작점이었다”고 밝혔다. 약간은 바랜듯, 톤다운 노랑 저고리가 작가의 관심을 끌었다. ‘순수’라는 단어 외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지를 치자로 물들여 완성한 작품은 단박하면서도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다른 작품도 모두 직접 천연재료로 염색해 제작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아사드 라자(44) 전 보고시앙재단-빌라 엉팡 아트디렉터는 전광영의 작품을 처음 봤을때 “과거에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유니크한 작품이었다”고 회상하며 “개인적으로 예술은 진부한 전통이나 사고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광영의 작품이 그렇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층적 시간’을 전 작가 작품의 특징으로 꼽았다. “과거 사람들이 실제로 썼던 고서의 한지, 그리고 작가가 이것을 작품으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작품을 관람하는 현재의 시간이 한곳에서 만난다.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아주 작은 유닛이 여러개 모여 집단의 역사를 보여준다”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7년만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전시엔 1970년대 추상평면회화부터 한지 입체회화 신작까지 총망라 했다. 박경미 PKM대표는 “소재도 방식도 달라졌지만, 현재의 작업들이 가진 화려한 색감과 입체적 형태감의 뿌리를 보여주는 작업들”이라고 말했다. 6월 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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