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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노조와해 문건 삼성 것 맞다”
[헤럴드경제] 삼성전자 인사 부서 직원이 보관하던 이른바 ‘노조와해’ 의혹 문건들은 실제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오랫동안 작성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삼성전자서비스를 포함한 그룹 임직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조사하면서 노조와해 등 부당노동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노조와해 기도 등이 있었다면 그룹 최고위급 임원을 포함한 상층부까지 보고된 사인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삼성전자 인사 부서 압수수색 때 발견된 4개의 외장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6천여건의 문건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문건들이 삼성전자 등 그룹 차원에서 수년에 걸쳐 작성된 문건이 맞는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외장 하드디스크들은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수원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한 직원이 갑자기 하드디스크 4개를 들고 달아나려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이 안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한 문건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이 직원을 일단 석방하고 나서 수차례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이 직원은 관련 자료들이 노무 업무에 참고하려고 사내 클라우드 망에 올라 있는 자료들을 내려받아 보관 중이었던 것이라고 실토했다.

삼성의 내부 업무 전산망에 올라 있는 자료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고 관련 자료들을 내려받아 공용으로 보관해왔다고 이 직원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장 하드디스크들에는 2013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100쪽 넘는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에 해당하는 노조 대응 계획 등이 포함됐다.

당시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 조직, 각사 인사 부서와 협조 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합법적으로 거부하되, 알박기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해라’라는 등의 지침이 적혀있었다.

‘MJ’로 표현된 이른바 ‘문제 인력’이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면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감시망을 가동해 비위 사실을 채증해놓고 개인적인 취향과 사내 지인, 자산, 주량 등을 ‘백과사전’식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금주 삼성전자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을 먼저 불러 이 같은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서비스와 주요 간부들의 전·현직 임원 2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인사부서 등의 서류와 컴퓨터저장장치, 관련자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대표 지회장은 “(삼성이) 그동안 협력업체 사장 등을 통해 노조원들을 압박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1천600명에 달했던 노조원이 400명가량 줄었고 표적 감사, 일감 뺏기 압박, 협력업체 사장의 폭언 등에 못 이긴 조합원 2명이 자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전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수년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부당 노동 행위가 실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정책 수립과 집행에 관여한 그룹 최상층부에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의심 문건 중 상당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뒤 최근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까지 다시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벌금형 등으로 가볍게 처벌된 측면이 있지만, 작년 2월 이번 사례와 유사한 성격의 유성기업 사건에서 법원이 기업 대표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등 법원도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엄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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