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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톡튀는 신선한 글맛…지루할 틈이 없네
우리가 즐겨먹는 청포묵을 외국인들이 입에 넣고는 ‘무슨 맛이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사실 묵 자체는 별 맛이 없다. 미끈덩거리는 식감도 이상할 수 있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글은 그렇게 생소하다. 시큰둥한 투로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는데, 이게 뭐지 싶다.

그의 대표적인 에세이로 꼽히는 ‘재밌다고들 하지만 두 번 다시 하지 않은 일’은 그의 독특한 글맛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원고청탁을 받고 카리브해 7박크루즈 여행에 나선 그는 “그저 체험을 기록한 무지무지하게 큰 엽서”를 원한다는 잡지사의 요구대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묘사해나간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나는 정말로 크고 하얀 배를 잔뜩 보았다. 빛나는 지느러미를 가진 작은 물고기 떼를 보았다. 열세 살 소년이 쓴 부분 가발을 보았다. 자메이카 북해안을 보았다.’ 이 집요한 ‘보다’의 기록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심지어 1페이지 짜리 긴 각주도 있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그가 쓰는 어휘는 풍부하고 신선하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각도도 다르다. 비스듬히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단 번에 깊숙이 들어간다. 


그가 “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고 말할 때, 독자는 그만 그의 자장에 걸리고 만다.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능력에 매료되는 것이다.

월리스는 천재적 재능으로 미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3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소설집, 3권의 산문집을 남기고 2008년 4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에 국내 처음 선보이는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는 그가 남긴 세 권의 산문집에서 8편을 골라 엮은 선집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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