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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배초 인질범’ 앓았다는 조현병, 치료 가능한데 약 중간에 끊으면 악화
-조현병 국내 환자 최근 4년새 약 6% 증가
-치료 가능…중간에 복약 끊으면 안돼
-“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오히려 치료 방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초등학교에 침입해 여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양모(25) 씨가 지난 4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한 양 씨는 같은 해 7월 불안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복무 부적격으로 2014년 7월 조기 전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제대 후에도 조현병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 왔다. 2015년 11월에는 ‘뇌전증(간질) 장애 4급’으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았다.

최근 각종 사건의 배경으로 조현병이 거론되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벌어졌던 서울 지역 초등학교 인질극을 비롯, 지난해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까지 모두 용의자 혹은 범인이 조현병 병력이 있다고 의심됐거나 변호인 등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침입해 여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혐의(인질강요ㆍ특수건조물침입)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양모 씨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때문에 정신 질환자라는 이유로 환자가 백안시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조현병은 약물로 치료될 수 있는 만큼 치료 도중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 증상과 함께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표적 증상으로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과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한다는 관계망상 등이 있다.

환자도 증가 추세다. 국내 환자 수는 2013년 11만3280명에서 지난해에는 12만70명으로 최근 4년 새 6%가량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조현병의 유병률이 1% 정도로 나타나는 만큼, 밝혀지지 않은 국내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조현병은 특정 원인 하나로 발병하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결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이상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했다.

최근 여러 사건 탓에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안좋아지고 있다. ​해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조사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 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대하거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문항에 대해 2016년에는 99.1%의 응답자가 ‘긍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같은 대답을 한 응답자가 96.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정신적 장애인도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74.8%에서 71.1%로 줄었다. ​반면 ‘정신적 장애인은 전반적으로 더 위험한 편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68.1%에서 69.1%로 많아졌다.

그러나 조현병이 각종 ‘묻지마 범죄’의 주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이 과장은 ”조현병 환자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보다 사회적 관계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며 “일부 가해 사례가 부각되면서 잘못된 인식과 이로 인한 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병 등 정신 질환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선입견이 정신 질환자의 진단ㆍ치료를 받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병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약물 치료다. ​약물 치료의 경우 도파민 등 뇌 내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한다. 고혈압ㆍ당뇨처럼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질환의 특성상 자신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날마다 복약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복용 중단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조현병이 재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 과장은 “정신 질환자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이로 인해 정신 질환이 악화돼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사례만을 부각해 정신 질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보다 이들이 적극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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