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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박상근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바람직한 세제개혁 방향
정부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세제ㆍ재정개혁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세제개혁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정부의 세제개혁은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우리나라 세제를 감안할 때 앞으로의 세제개혁은 소득이 있는 국민은 모두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와 ‘공평과세’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절반, 자영업자의 1/3 정도가 소득세 과세미달자로서 세금 한 푼 안낸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개인사업자(533만 명)의 30.1%(165만 명)가 연 매출액이 4800만 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다. 한 달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되는 영세사업자가 3명에 1명꼴이라는 얘기다. 이익률을 20%로 잡더라도 한 달 수익이 88만원 세대에도 못 미친다. 탈세의 온상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가 국민개납주의와 공평과세를 허무는 주범인데도 정부는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과 주식은 부(富)의 상징이다. 부동산과 주식 관련 부자소득에 대한 세금은 모두 높은 누진세율로 종합 과세해야 한다. 그런데 부자인 주택임대소득자 대부분이 세금 한 푼 안낸다. 또 주식의 양도차익 대부분이 과세대상에서 빠져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4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8%)보다 높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3.6%로서 OECD 평균(8.7%)에 비해 월등히 낮다.

세수는 ‘과세표준(과세대상의 평가액)×세율’의 산식으로 산출된다. 세수 규모가 과세대상(세원)과 세율의 크기로 결정되는 구조에서, 한국은 소득세율이 높은데도 소득세 비중이 낮다. 이는 과세대상에 잡히지 않는 소득이 많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세계 각국은 세율을 내리고 있는데 우리는 지난해 또 세율을 올렸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부자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시대에 법인세율 인상은 국내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고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를 제약한다.

지난해부터 세율 인하와 노동개혁에 나선 프랑스ㆍ미국ㆍ일본의 청년실업률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반면에 세율 인상과 노동 친화적 정책을 펼친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청년실업에 대한 근본적 처방 없이 나랏돈 쓸 궁리만 한다.

한국과 같이 세금 안내는 근로소득자, 부자와 자영업자가 많은 납세 풍토에서 세금으로 복지국가 달성은 어렵다. 앞으로 세제개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세율 인상보다 ‘세원(과세대상) 확대‘로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공평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개납주의, 즉 ‘보편적 증세’로 가야한다.

여기에는 세원 확대의 걸림돌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 폐지, 지하경제ㆍ차명거래ㆍ역외탈세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세원이 늘고 국민개납주의와 공평과세가 실현되면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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