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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답변 기다리며…10개월 째 멈춰선 ‘미세먼지 소송’
-재판보다 소송 과정서 정부대책 공개되는 데 의미
-중국 정부 소장 전달 문제로 오는 10월 첫 재판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미세먼지 오염을 두고 시민들이 한ㆍ중 양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10개월 째 첫 재판도 열리지 못한 채로 법원에서 표류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시민 91명이 한ㆍ중 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오염을 방치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이들은 미세먼지로 천식이 심해졌거나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며 1인당 300만 원의 위자료를 양국 정부에 청구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동안 시민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정부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신적 피해로 인한 위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소송 결과보다 정부를 공론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캠페인 성격인 면도 있다. 최 대표 등도 지난해 소장을 내면서 “미세먼지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한국과 중국이) 상호 노력으로 새로운 시대 아시아를 이끌어갈 전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주장하는 손해는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시민 측이 “정부의 방치로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졌다”고 주장하는 만큼, 재판에서는 정부가 그간 미세먼지 오염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다뤄질 전망이다.

첫 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소송 당사자인 중국 정부에 소장을 전달하는 문제 때문이다.

시민 측 대리인단은 지난해부터 소송 서류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쳤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8일 이 서류를 전달받았고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법원은 첫 변론기일을 오는 10월 12일로 잡았다. 당사자가 외국에 있는 경우 최소 6개월 동안 송달을 시도하도록 한 헤이그협약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소장을 전달받지 못한다면 법원은 본격적인 재판을 미룰 수 밖에 없다.

법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장을 게시하고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첫 재판을 열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소장을 받고 답변을 내놓지 않더라도 재판을 여는데는 문제가 없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중국 정부가 소장을 받은 뒤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법원에서는 이를 자백으로 간주해 첫 재판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첫 재판이 열리지 않았지만, 양측은 서면으로 물밑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 측 대리인은 법원에 서면을 보내 “국내ㆍ외 미세먼지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으며 대응책을 꾸준히 마련해왔다”고 소명했다. 중국 제철소와 발전소에 국내의 대기오염 방지 기술을 도입하는 사업 등을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도 친환경차 보급 등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시민 측 대리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지난 몇 년 간 정부는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전략에만 집중해 경유차 도입에 대해 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로 인한 미세먼지의 증가에 대해서는 정책상 간과하고 있다”며 “그외에도 석탄화력발전소나 공장 미세먼지에 대해 정확한 조사는 이뤄지고 있는지 대책이나 규제를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재판에서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시민 측 대리인단 지현영 변호사는 “서면을 준비하면서 전문가 포럼을 열어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해 들으려고 한다”며 “중국 때문에 미세먼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을 법정에 불러 질의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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