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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수사권 조정을 ‘흥정 테이블’에 올려놓은 제1야당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경찰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시작은 장제원 의원의 ‘미친 개’ 발언이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동생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울산시청 압수수색에 나서자 장 의원은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며 “정권의 사냥개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격분한 경찰들이 SNS를 통해 “사냥개나 미친개 아닙니다.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찍는 인증샷 릴레이를 펼쳤다. 일부 경찰은 “한국당 당사를 경비하는 경찰은 전원 철수하라. 경찰을 미친개로 여기는데 왜 그곳에서 욕먹고 생고생하는가”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도 “울산 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부패비리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 뿐”이라며 “그 대상이 야당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이같은 집단적인 반발에 한국당은 당황하기는커녕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고 한다”며 “14만 경찰 명예를 손상하고, ‘주는 떡’도 마다하는 울산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개헌시 (경찰에) 독자적인 영장 청구권을 주려고 한 것이 대선공약이고 당론이였는데 일부 (경찰) 간부들의 행태를 보니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들수 밖에 없다”며 압박한 바 있다.

한국당은 이번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계기로 그동안 당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던 경찰 수사권 독립 등 검경수사권 조정 방안을 개헌논의 과정에서 전면 백지화 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해 26일 사개특위 차원의 성명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의식한 경찰이 현 정부의 눈치를 보며 수사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 16일 울산시청과 김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또 다른 건설 현장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김 시장의 친동생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 받았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한국당이 김 시장을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울산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한 날이었다. 한국당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을 법한 타이밍이었다. 반대로 경찰 수사로 입장이 난감해진 한국당이 ‘야당 탄압’ 프레임을 짜기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수사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수사권 조정 카드를 ‘흥정 테이블(?)’ 올려놓을 정도로 수사권을 가벼운 대상으로 거론하는 제1야당의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가벼운 입놀림으로 수사권을 줬다 뺐을 정도로 수사권은 ‘선심성 떡’에 불과한 것인가.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수사종결권 등이 핵심인 수사권은 특정 집단을 위한 혜택이 아니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방패막이이자 권력간의 경계선을 지켜줄 장치이다. 그만큼 그 무엇보다 신성한 장치이다.

검찰이 영장청구권 등 수사권의 핵심을 독점적으로 가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법조 비리의 부작용이 나온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권 조정 문제는 그 어느 때 보다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국민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목표로 시작된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미친 개’ 발언과 ‘수사권 조정 협박’ 발언으로 지방선거의 변수를 만들었다. 전국 경찰 인원만 의무경찰과 일반직을 포함해 14만60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한국당은 무엇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과 태도를 보여줬다. 수사권 정도는 단순히 정치적 논리로 쉽게 주거나 뺏을 수 있다는 대한민국 제 1야당의 발상말이다.

수사권은 한국당의 입처럼 그리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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