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주택 시장의 회귀와 데자뷰
현대사회에는 돌고 도는 현상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패션스타일이 일정시간 뒤에 재유행하는 경우이다. 과거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은 주변 여건이나 환경이 바뀌더라도 사용주체, 취향 등의 근본 원인이 변하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 주택시장에도 과거에 발생했던 특정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의 주택시장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시장 과열과, 주택공급 증가로 나타나는 전세가 하락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객관적 시각에서 보면 가격상승 수준, 지역범위 등이 참여정부 시절과 다른 점이 많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을 앞둔 최근 시장의 반응은 비슷한 점이 있다. 과거 개발이익을 향유했던 경험과, 재건축아파트 투자가 고수익을 얻는 안전투자전략이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변함없는 재건축사업 구조다.

재건축시장 발 시장과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는 유예 조치없이 상시적으로 환수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시장 전반에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과이익의 개념과 산정시점, 부과기준과 방법 등을 지속 가능하고 사전적으로 예측 가능한 체계로 보완하여, 사후적 부담금 산정 및 부과에 따른 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되풀이 현상은 주택공급에 따른 시장 변화이다. 향후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면, 분양받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투자가 늘어나고, 주택공급이 급증하면 전세공급 및 전세가구 증가, 전세가 하락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서, 과거에도 주택이 대량공급된 시기와 전세가구 증가시기가 일치해왔다.

1975년 당시 전세가구는 약 120만가구, 월세는 100만가구였으나, 강남개발로 서울 강남지역에 주택공급이 집중되었던 1980년은 전세가구가 1975년에 비해 73만가구가 증가한 반면, 월세가구는 18만가구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 후 공급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된 1985년에는 1980년에 비해 월세 가구가 전세가구보다 33만호 더 증가하였다. 주택20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역에 대량의 주택이 공급되었을 때도 전세가구수가 급증하였다. 주택을 대량 공급하지 않았던 2000년 이후부터는 월세가구가 전세가구를 훨씬 초과해서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도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5년까지 연 5~6만 가구 수준이던 경기지역의 아파트 준공물량은 2016년 약 10만, 2017년 13만 가구가 준공되었다.

이같은 준공물량 증가는 주변지역으로부터 이주수요를 끌어들인다. 실제 경기도의 순유입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7년에는 6만 가구가 늘어난 반면 서울은 2만8000 가구가 줄었다. 이는 최근 서울과 경기지역의 전세가격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과 경기도는 상당부분 주택시장의 대체재시장으로 기능해왔고, GTX등으로 이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 동안 발표되었던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 규제정책과, 경기도의 주택 공급증가는 일정 기간 경기도와 서울의 매매 및 전세가격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매매 및 전세시장 안정화 과정으로, 상당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시장재편 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일부 재건축 단지의 가격 움직임과 청약열기를 놓고 서울의 주택 부족과 공급확대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나,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이나 전세가 하락을 역전세난, 깡통전세, 시장 침체 문제로 부각하는 논의는 경계되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재건축 지역의 집값 급등, 전세가 고공행진에 따른 서민주거 불안정 문제가 중요 현안 과제였다.

지금 필요한 일은 그동안 발표한 대책과 공급 상황에 따라 주택 및 전세시장 안정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최소화되도록, 보증금 반환 등 세입자 보호대책 강화와, 장기 주택수급계획 및 전략을 점검하여 매매시장을 연착륙 시키는 일이다. 새로운 정책환경에 맞게 시장 기능이 정상화되기도 전에, 전세 및 매매시장 침체, 또 다른 시장대책이 회자되는 데자뷰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