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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루언서 아티스트’ 차인철을 만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부와 권력을 가졌거나 사회적 명망이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쉬우나, 모바일 시대에 인플루언서는 조금 다른 카테고리에서 언급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만,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대명사로 말이다.

차인철(32)은 수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젊은 아티스트다. 이달 9일부터 롯데갤러리 잠실점에서 ‘it blooooooooms’(잇츠블룸스)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연 그는 아트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작가이면서도 기존의 갤러리가 아닌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것이 이채롭다. 국내 모델 에이전시인 에스팀과 엔터테인먼트 그룹 SM이 지난해 공동 설립한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사 ‘스피커’(Speeker)에 이름을 올리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차인철 작가. [사진제공=스피커]
성균관대학교에서 서페이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밝고 화려한 컬러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첫 전시에 내 놨다. 마치 동화나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역동적이면서도 단순화한 조형 이미지들이 다채로운 컬러를 입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한참을 대화를 나누곤 했다. 즉석에서 관람객들을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기록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건데, 인플루언서다운 작가만의 ‘소통’ 방식이다.

다음은 차인철 작가와의 일문일답. 

전시 전경. [사진제공=스피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던데, 지인인가?

▶모르는 분이다.(웃음) 제 전시장까지 굳이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갔다. 한 편으로는 그들이 왜 왔는지도 궁금했다. 관객들과 즉석 인터뷰를 하고 영상에 담아 인스타에 올린다. 한 쪽 벽면엔 관람객들이 참여해 드로잉이나 채색을 할 수 있게 했다.

-갤러리에 걸리는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데.

▶전형적인 갤러리 전시를 탈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일부러 동선도 지그재그로 짰다. 색감이 화려한 건 제 자신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성격이기에?

▶학창 시절엔 별 생각없이 공부만 열심히 했다. 목적없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랄까. 그런데 군대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본격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게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부리나케 독학으로 그래픽 디자인 툴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미지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뭔가.

▶꽃과 봄이 주제이지만, 꽃을 예쁘게 묘사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관심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건 컬러 매치다. 컬러를 시각언어로 전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구체적 형상보다는 조금은 단순화된, 추상적인 조형적인 형태들로 말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보다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전시 전경. [사진제공=스피커]
-돋보이는(?) 외모 때문에 학창 시절에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글쎄.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해 줘야 ‘정말 그런가?’ 생각할텐데, 아무도 내게 외모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멋있는 척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잘 놀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들을 것 같은데.

▶내게는 대학생활이란 게 없었다. 늘 건물 안에서 밤새 작업만 했으니까. 슬픈 일이지만, 학교 축제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 때에도 나는 과실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일단 내가 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술·담배도 하지 않는다.

-힙합 뮤지션 빈지노의 친구라고 알려졌는데.

▶빈지노는 중학교 때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을 통해 알게 됐다. 그 당시 힙합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이야 힙합이 대세지만, 1990년대에는 마니아들의 장르였다. 빈지노는 뭔가 되게 멋졌고 빈지노의 음악은 되게 제대로였다. 동갑내기인데 처음에는 형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웃음) 그 친구도 미술 전공이어서 래퍼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음주가무는 물론 노는 거하고는 거리가 먼, 자기 작업에만 열심인 그 친구와는 성향이 잘 맞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이 있다면.

▶‘마스터플랜’이라고 1990년대 언더 그라운드 힙합신의 상징적인 레이블이 있는데, 중학생 때에는 마스터플랜의 공연을 찾아 다니며 듣곤 했다. 최근에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라는 미국 가수가 여러모로 영감을 준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음악적인 감성도 좋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의류 라인 컬렉션도 그렇다.

-스피커에 소속된 계기는 뭔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엔터테이너적’인 움직임이 있는 건 확실하다. 완전히 그 영역으로 가진 않더라도, 그 쪽 부분에서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스피커로부터 소속 제의를 받게 됐다. 그 전에도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았지만 맞지 않았다. 부당한 조건을 내세우는 곳도 있었고. 그런데 스피커는 달랐다.

-스피커에는 모델들도 다수 소속돼 있는데, 혹시 외모가 기준인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그거다. 내가 하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어필해야지, 단순히 화보 촬영이나 외모로 어필하는 건 원치 않았다. 처음부터 경계했던 부분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피커를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티스트로서 인플루언서라는 건 뭘까.

▶우리를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SNS다. 우린 연예인도 아니어서 전시회를 한다고, 제품을 내놓는다고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나는 SNS를 또 다른 ‘포트폴리오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SNS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예전에는 패션쇼 같은 행사에는 가수나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초청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가치나 영향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열린 ‘토미힐피거’ 런웨이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프론트 라인에 앉아 패션쇼를 보고, VIP 파티에 초대돼 토미 힐피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히 쇼에 초대받은 손님으로서만이 아니라, 그곳에 초대된 많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것, 그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앞으로 작업의 지향점은 뭔가.

▶첫번째 꿈이었던 갤러리 개인전을 열었다. 앞으로도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드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시각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내 작업들을 제품으로도 연결시키고 싶다. 단 허투루 하고 싶진 않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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