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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희단은 더러운 집단ㆍ단원도 배제해야” 극단 싸잡아 비난…피해자 고통 가중
-가해자 비난 아닌 피해자 속한 집단 매도
-예술하는 사람이라고 ‘쯧쯧’ 손가락질
-“예술계 욕먹이기 싫어 그동안 침묵한 건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연희단 패거리는 은퇴하라”, “딴따라는 원래 문란하다”, “더러운 한국 예술계 종사자.”

최근 문화예술계의 미투 폭로가 계속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 창에 올라온 말들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피해자가 소속해 있는 집단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행태가 나타나면서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윤택 성추행 성폭력 사건으로 알려진 전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에 대한 비난이 대표적이다. 

[헤럴드경제DB]

지난 22일 오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상습강제추행 피해자들의 공동변호인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온라인상 피해자들의 신상정보 유출, 허위사실이나 음해성 글, 비방 댓글들도 일부 유포되고, 피해자들이 속한 극단에 대한 비방으로까지 이어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윤택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들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에 이윤택을 검색하면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가 뜨고 리스트가 유통되고 있다. 연희단거리패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라면 잠재적 가해자나 방관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극단에서는 ‘연희단거리패’ 출신에 대해 ‘가능하면 배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언급까지 했다는 말이 들리는 상황이다. 한 배우는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라는 이유로 강사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희단거리패 뿐만 아니라 미투 폭로가 많이 나왔던 문학계, 사진계, 무용계에 대해서도 집단 전체를 추악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경우가 있다.

문단 미투운동가 A 씨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단 불쌍하게 쳐다보고 문제가 많은 곳이라는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공부를 잘하지, 문학을 왜 했느냐’는 악성댓글도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예술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유모(25) 씨는 “잘못한 것은 가해자인데 왜 예술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다 공범자라고 욕하는지 모르겠다. 비난의 화살이 잘못된 곳으로 가면서 예술계 전체가 문제집단으로 매도되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미투 이후 피해자가 속한 집단을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집단으로 낙인 찍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앞으로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윤택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혜겸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도 침묵해왔던 이유 중 극단의 명예가 훼손되는 게 두려워서였다”며 “누구보다 연극과 무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왜곡시키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란희 여성전화사무처장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비난의 초점이 그저 이상한 집단이라도 매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미투는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문제로, 피해자나 그가 속한 조직을 불쌍하게 보거나 미친 사람처럼 볼 게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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