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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유튜브, 네이버는 왜 연예기획사들에 러브콜을 보낼까?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케이팝의 전설 H.O.T와 국내 아이돌 최초로 빌보드 Top 100 28위에 진출한 방탄소년단. 이들의 시대는 데뷔년도 기준 17년의 차이가 난다. 

H.O.T는 최근 MBC ‘무한도전 토토가3’를 통해 1996년을 소환했고,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17년의 시간은 이들의 콘텐츠가 전파되는 시공간 역시 바꾸어 놓았다. 1세대 아이돌 H.O.T 콘텐츠의 뿌리가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에 있었다면, 3세대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는 글로벌 무대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노마드의 전형이다. 

변화의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엔 없었던 시장과 기술이 생겨났다. 모바일 영상 플랫폼이 그것.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콘텐츠 제작사로 진화하며, 판권 비즈니스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 V-LIVE와 구글의 유튜브 레드

OTT 공생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TV보다 유튜브가 친숙한 세대의 등장이다.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글로벌 IT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전장 중 하나다. 이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러면서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 기획사들은 유튜브, V LIVE 등 글로벌 플랫폼의 훌륭한 제작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집객력을 갖는 연예기획사의 케이팝 콘텐츠가 OTT 시장을 공략하려는 IT기업의 니즈(Needs)와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DNA
지난 몇 년간 연예기획사들은 기존 방송사의 스타PD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YG의 한동철 전 Mnet 국장, SM의 이예지 전 KBS PD, 미스틱의 여운혁 전 JTBC 연예국장 등 각 방송사 핵심 PD들의 이탈이 대표적 예다. 뛰어난 제작 인력을 확보한 연예기획사들은 전세계 케이팝 팬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며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유튜브 레드의 ‘달려라 빅뱅단’과 네이버 V LIVE의 ‘BTS Bon Voyage’

영상 제작 인력이 없는 플랫폼 기업은 제작 주도권을 연예기획사에 주고, 글로벌 팬덤으로 커진 시청자층은 실패의 위험을 줄인다. 네이버에 따르면 V LIVE는 지난 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4200만 이상을 기록했으며 해외 이용자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지난해 3월 네이버는 글로벌 콘텐츠의 협업 파트너로서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 다양한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한 판권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열렸다. 국내외에 후속 시장이 있던 미국에서는 판권 유통 사업을 통해 제작자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이미 자리잡은 방식이었다. 마찬가지로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IT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판권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덕질하는 시청자
연예기획사가 만드는 케이팝 콘텐츠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는 이들의 시청자가 ‘덕후’라는 사실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인 이모 씨(27)는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유튜브 레드를 가입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를 밀착 취재한 8부작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번 더 스테이지(BTS:Burn The Stage)’가 오는 28일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시리즈로 단독 공개되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방송사에 맞춰야 하는 스케줄 제약이 없고, 스타가 자유롭게 활용할 라이브 등의 콘텐츠가 가능하단 점에서도 모바일 플랫폼을 선호한다.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콘텐츠 ‘BTS:Burn The Stage’

또 다른 아이돌 팬인 김모 씨(29)는 “매체의 특성보다는 콘텐츠의 내용과 질이 더 중요하다”며 “나의 경우 재미와, 아이돌 개인의 캐릭터가 잘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소속사가 제작한 모바일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한 달에 2~3만원 가량의 유료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에 대해 그는 “부담은 없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의 진화,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을 무대로 한 국내 연예기획사의 진화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실 한국 팝 음악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며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한류를 저평가하는 측면이 있는데 음악 수준은 미국 등에서 아웃소싱을 할 정도로 수준이 갖춰져 있다. 방탄소년단은 그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신생 기획사로서도 오히려 입지가 열렸다”며 “국내에 머물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글로벌하게 커진 것은 회사와 능력있는 창작자들에겐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소형 기획사의 경우 아티스트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수 스스로 온라인을 통한 홍보나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굳이 소형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전속계약이 끝난 일부 가수들이 온라인에서 1인 방송을 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 그 예로, 이런 상황에선 소형 기획사가 배제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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