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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은 잘못이 없다…중산층 키울 경제규칙 세워라
‘자본의 양·부의 증가는 비례’에 반론
땅·지재권 지대가치 상승 富만 키워
‘지대 원천’ 공격해야 실물경제 성장 촉진
공동번영 창출할 경제시스템 만들어야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금융위기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선 불평등 구조를 밝히는 새로운 이론으로 주목을 받았다. 피케티는 자본에 돌아가는 수익률이 전체 경제의 성장률 보다 크기 때문에 부(富)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자본주의 진화의 필연적 결과로 봤다.

이와 관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저서 ‘경제규칙 다시쓰기’(열린책들)에서 반론을 제기한다. 만약 생산적 자본의 양이 늘어나서 부가 증가했다면 평균 임금이 오르고 자본 수익률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났어야 하지만 그 어느 쪽도 관측되지 않았다며, 불평등 구조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완전 고용이 됐든 교육에 대한 접근이 됐든, 그러한 투자는 정부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역할이며, 그 성격상 평등을 촉진할 뿐 아니라, 동시에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들이다.”(‘경제 규칙 다시 쓰기’에서)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증가한 부의 상당 부분은 지대가치의 상승에 있다. 즉 토지 지대를 비롯, 독점 이윤, 의학품 가격 책정, 특허를 비롯한 여타 지적재산권 등의 가치상승이다. 이런 부는 경제생산 능력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 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생산능력은 줄어들 수 있다. 부와 자본은 다르며, 오로지 자본의 증가만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고 불평등을 줄이며 실물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촉진하려면 지대의 원천을 공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티글리츠의 최근 화두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양극화는 더 벌어지고 중산층은 왜 갈수록 쪼들리는지 이유를 밝혀내는 일이었다. 루스벨트연구소 정책보고서 형식으로 나온 ‘경제규칙 다시 쓰기’에서 그는 불평등 심화와 중산층 붕괴, 성장둔화의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그의 논지의 핵심은 “오늘날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진화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며, 그와 달리 우리를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은 경제를 지배하는 규칙들”이란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의 틀을 형성하는 규칙들은 하나의 통설적인 가설에서 비롯되며, 시장은 우리의 법적 체계와 정치적 제도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잘못된 경제규칙이라면 폐기하고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0여년 가까이 시장을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의 공급중심 경제학은 성장을 위해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세금과 관대한 복지시스템, 정부규제가 경제를 제약하기 때문에 성장이 억제된다는 논리에서다. 그 결과, 규제를 폐지하고 최고 세율을 낮췄지만 그로 인한 낙수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거대기업과 최상위 부유층의 재산만 늘어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장기적 성장은 억제됐다. 저자는 이를 혁신과 성장을 희생시키고 기업권력과 단기적 이득을 중시하는 규칙과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그는 우선 그동안 경제 틀로 작용해온 통설적 교리들의 오류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가령 평등을 향상시키면 경제적 성과가 나빠진다는 상충관계설이 그 하나. 불평등 수준을 낮추려면 경제적 성과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가가 경제적 성과를 해치지 않고도 심지어 경제적 성과를 촉진하면서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경제규칙의 방향은 우선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는 것이다. 최상위 1%의 성장은 금융산업의 과도한 행태로부터 소비자와 납세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없애버린 결과다. 기업들은 장기적·생산적 투자 대신 주주와 경영자 중심의 단기적 주가 이득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금융부문 교정과 세법균형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산층을 키우려면 임금이 생산성에 걸맞게 오르도록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칙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공교육과 의료, 육아 서비스, 금융 서비스, 퇴직 안정 등 경제 안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티글리츠는 이를 재원낭비가 아니라 경제와 노동자, 국민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평등과 성장을 촉진한다.

“지난 35년간 드러난 증거와 2008년 금융위기에 뒤따른 정체와 저임금 기조의 회복이 말해주는 교훈은 우리 경제 시스템이 공동의 번영을 창출하지 못하면 번영은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위기의식은 미국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공명을 일으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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