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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방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한성우 인하대 교수 2만6250개 노래 분석
사랑노래가 전체의 65%, 사용횟수 1위는 ‘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흔히 유행가는 온통 사랑타령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어떨까.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방 책에 실린 2만6250곡의 어휘를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사랑’이 가사에 포함된 노래는 전체의 65%나 된다. 사랑 빼면 노래가 안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사랑이 가요 초창기부터 압도적인 건 아니었다. 50년대 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사랑은 2.19%에 그쳤다. 세월이 흐를수록 증가하다 90년대 이후 ‘러브’‘love’가 노랫말에 들어오면서 11.3%로 오르다가 현재 무려 65%까지 뛰었다. 이는 가수들의 노래를 봐도 확인된다. SG워너비는 10곡 중 9곡이 사랑 노래로 우리시대 ‘최고의 사랑꾼’이라 할 만하다. 이는 나훈아의 사랑노래가 전체 160곡 가운데 84곡(52.50%)인 것과 비교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2107년 12월1일 기준 등록된 노래는 모두 60만4029곡으로, 이 중 한 교수는 생활 속에서 불려지고 대중의 정서와 함께 호흡하는 노래방 곡 2만6250곡에 주목했다. 1923년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돼 최초의 가요로 꼽히는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의 ‘DNA’까지 거의 100년에 육박한다. 이들의 제목만 원고지 2600매, 가사는 원고지 7만5000매 분량이다. 한 교수는 이를 낱낱이 분류해 우리 모두가 즐겨 부르는 유행가의 노랫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의 표정을 읽어냈다.

한 교수의 분석을 보면, 노랫말에서 사랑을 이길 단어가 없어 보이지만 어휘 수로 따지면 이를 능가하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나’와 ‘너’다. ‘나’는 가사에 약 23만자가 등장하고 ‘너’는 12만8000자에 이른다. ‘내가’라는 말까지 보태면 1인칭의 출현 횟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반면 사랑은 8만2000자로 등장횟수 순위 4위로 밀린다. 노래는 결국 ‘내가 너에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말과 글을 모아놓은 말뭉치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직업은 단연 ‘대통령’이다. 그런데 노랫말에서 대통령은 명사 순위 3000등 밖으로 ‘꼰대’와 같은 수준이다. ‘선생님’과 ‘마도로스’도 자주 등장하는 직업인데 이 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피에로(89회), 광대(75회)다.

지난 한 세기동안 노래 가사의 글자수는 무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평균 글자수는 158자 였으나 현재는 486자나 된다. 노래 길이가 늘어나고, 노래가 과거보다 빨라지고 이를 담을 수 있는 매체의 변화, 랩의 영향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노래는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할까? 통념상 가을이 노래에 많이 등장할 듯 하지만 통계는 다르다. 노래는 봄(1572개)을 가장 사랑하고, 겨울(1281개) 여름(1001개), 가을(541개) 순이다. ‘봄날’‘봄바람’‘봄비’‘봄빛’‘봄버들’‘봄소식’ 등 겨우내 기다린 봄을 노래하는 어휘도 가장 풍부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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