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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어에 조각하는 이 남자, 현대미술의 악동이 오다
갤러리현대, 4월 8일까지 ‘빔 델보예’ 첫 한국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영화관에 가서는 울고 웃는데, 갤러리와 미술관에선 심각한 척, 재미있는 척만 하죠. 왜 예술이 재미가 없는거죠?”

돼지 피부에 루이비통 문양을 타투해 일약 현대미술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빔 델보예(53)’는 예술을 이렇게 정의한다. 즐거워야 한다는 것. 웃고 떠들고 흥미로워야 한다는 것.

‘현대미술의 악동’ 빔 델보예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는 지난달 27일부터 ‘빔 델보예’전을 개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클로아카(Cloakaㆍ똥 기계)는 오지 않았지만 고딕시리즈를 비롯해 살라미와 햄으로 구성된 대리석 문양 바닥 사진 등 30여점이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스스로를 ‘물건을 섞는 디제이’라고 평하는 델보예는 일상에서 만나는 제품에 극도의 공예적 장식을 입혔다. 마세라티 자동차 알류미늄 차체, 명품 여행가방 ‘리모와’,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삽엔 섬세한 이란의 전통 문양을 새겼고,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트럭의 모형을 알류미늄 레이저 컷 기술을 활용해 고딕양식의 섬세한 조각으로 재탄생 시켰다. 심각하게 아름다워진 물건들은 기능성,본래의 의미, 질서를 상실한다. ‘모순’ 그 자체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섞이는 이 지점이 작가의 의도된 ‘비틀기’, 달리 말하면 ‘웃자’는 지점인 셈이다. 

쉬포(suppo, 2012, Lasercut aluminum, 33×33×330cm) 앞에 선 빔 델보예 [사진제공=갤러리현대]
Wim Delvoye, Ferrari Testarossa (scale ½), 2017, Embossed aluminium , 200x81.5x40cm.[사진제공=갤러리현대]
Wim Delvoye, Engraved Shovel, 2016, Embossed aluminum, 21 x 17 x 100cm(each).[사진제공=갤러리현대]
Wim Delvoye, Untitled (Carved Car Tyre), 2010, Hand carved car tyre, Ø71 x 14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Wim Delvoye, Marble Floor _2, 2000, Cibachrome on aluminium, 125x100cm.[사진제공=갤러리현대]

작가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호기심을 보인다. 가끔은 그 비틀기가 유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비틀기의 대상이 된 회사들은 곤혹스러워 한다. “리모와에 대량으로 구매할 예정이라며, 디스카운트 해달라고 했더니 나를 고소했다.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중동문양을 입힌다고 하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봐선 인종차별적 의미의 행동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작가는 “루이비통과 디즈니도 (나를) 고소했다. 그러나 제품을 복제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니기에 승소로 끝났다”고 전했다.

복잡한 문양과 현기증 날 정도의 장식성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은 ‘개념미술’작품 범주보다는 ‘공예’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는 ‘신개념주의’를 언급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엔 예술이 비물질화, 비상품화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때로는 숲에서 걸어다는 것 만으로도, 때로는 텍스트가 아트로 인정됐다. 결국 예술은 실행이 매체보다 중요하다는 게 ‘개념미술’인 셈이다. 그러나 신개념미술(네오컨셉츄얼)은 반대다. 단순함이 심오함으로 평가받고 수공예를 예술로 대하지 않는 것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장인의 손길도 현대예술로 끌어들이는 이 ‘악동’의 전시는 4월 8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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