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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들 고독함까지 0.0001초만에 잡아내죠”
평창올림픽 공식 사진작가 조세현
자신과 싸우는 휴머니티한 모습
드라마틱한 역동성 담으려 노력

박원순·이영애·고소영·한예슬 등
정치인·연예인 사진으로 더 유명

한국·강원도·평창까지도 담아낸
올림픽 공식 화보집 6월께 출간


선수들은 고독하다. 바로 옆엔 경쟁자가 있고, 수많은 관중이 바라보고 있고, 응원하는 팬들이 있고 TV중계로 그들을 바라보는 전 세계인이 있지만 그들은 고독하다. 승부의 순간엔 아무도 없다. 실상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기록을 만드느냐 실패하느냐, 두개의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인물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조세현이 렌즈로 읽어낸 건 선수들의 ‘고독’이었다. “이상화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서서 몸을 푸는 30분, 경기에 들어가기 전과 후…선수들은 철저히 혼자입니다. 승부는 계산도 없고 순수하지만, 또 그만큼 고독한 과정인거죠.” 조세현 작가의 설명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공식 사진작가인 조세현씨는 선수들의 고독, 휴머니티를 앵글에 담기 위해 오늘도 순간의 셔터를 누른다. 6월께 공식 화보집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가 담아낸 올림픽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제공=아이콘스튜디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에서 공식 사진작가이자 패럴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 작가를 올림픽이 한창이던 2월 헤럴드경제가 만났다. 공식 작가로 활동하며 찍은 사진은 오는 6월께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화보집으로 나온다. 지금까지 올림픽 화보집은 ‘게티이미지’에서 제작했다. 사진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작하는 건 조 작가가 처음이다.

“올림픽 화보집 최근 6권을 보니까 다 똑같다. 점프 장면, 극적 순간, 금메달리스트의 환한 표정…. 얼굴과 장소만 다를 뿐 다 같은 장면들이예요.” 물론 올림픽은 승부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누가 더 얼마나 결정적 장면을 잡아내느냐에 집중한 화보집은 결국 비슷한 결과물로 나타났다.

조 작가는 경쟁과도 같은 올림픽 장면 담아내기에서 한 발 벗어나기로 했다. “한국, 강원도, 평창을 넣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얼굴, 경기를 보러 온 외국인들, 500년된 초당 순두부집, 중앙시장의 활기찬 모습, 소박한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 화려하게 자리잡은 아레나…사람이 있고, 우리가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죠” 공식 화보집의 선수 사진은 10여장만 넣을 계획이다.

승부에서 멀어져 주변을 보기 시작하니 다른 것들이 보였다. 거의 매일 경기장을 찾지만 선수보다도 관객과 관중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은 포토존에 서있는 사진기자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단다. 마지막에야 참가를 결정한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의 모습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스스로를 ‘사람을 찍는 사진가’라는 조세현 작가의 카메라는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휴머니티죠. 북한이든 자원봉사자든, 무명선수든 휴머니티를 가지고 접근할 겁니다. 화려한 것만 보여줄 필요는 없죠. 올림픽에서 우리가 감동하는 지점은 그곳이 아니니까.”

이 번으로 여섯번째 올림픽을 기록하는 그는 동계올림픽은 ‘속도’의 세상이라고 했다. 스키는 시속 100키로미터, 봅슬레이는 120키로미터로 달린다. 선수들은 0.01초에 목숨을 건다. “카메라 셔터 스피트가 8000분의 1초다. 그래야 겨우 선수들을 담을 수 있다. 선수들이 사는 시간과 관객이 사는 시간이 다르다. 링크위와 관객석은 우주밖과 지구처럼 다른 세상이다.” 


패럴림픽은 역동성까지 더해진다. 보조기구를 쓰기에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 극적 장면도 그만큼 많고, 감동도 배가 된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컬링, 아이스하키 6개 패럴림픽 종목은 기구 때문에 더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드라마틱하죠”

조세현 작가는 사실 연예인과 정치인 사진으로 더 유명하다. 고소영, 한예슬, 장동건, 손예진, 이영애, 배용준, 이병헌, 원빈 등 유명 연예인들이 조 작가의 카메라를 거쳐갔다. 박원순 시장은 후보시절 조 작가가 찍은 ‘뒷굽이 떨어진 구두 사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함만을 담아내는 작가도 아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유명인을 함께 찍어 입양을 촉구하는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를 시작한지 15년이다. 올림픽을 맞아 연예인 대신 선수들이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천사들의 편지’전은 강릉올림픽파크에서 3월 18일까지 열린다.

인물사진작가인 그와 올림픽ㆍ패럴림픽은 의외의 조합으로도 느껴진다. “여기와서 좋은 건 소재가 다양하고 심지어 공짜라는 겁니다. 찍어달라고 해요. 보통은 제가 모델료를 줘야하는데 말이죠. 어제도 알파인 경기장에서 실수가 무척 많았어요. 눈이 안오고 추워서 얼음판이었다고 해요. 실격도 많았죠. 카메라맨 입장에선 실격이 사진입니다. 실수가 끝난 뒤 일어나는 선수의 표정. 그 깊은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으로 만들고 싶을 지경이예요.”

“나의 일은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의 진짜 아이덴티티를 찾아주는 것”이라는 조세현 작가가 기록한 평창올림픽ㆍ패럴림픽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집이 나오는 6월까지의 3개월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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