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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창구된 SNS②]“아님 말고” 익명에 기댄 무차별 폭로에 ‘엉뚱한 피해’도
-익명 투서에 엉뚱한 사람 가해자로 오해받기도
-“실명 공개” 협박성 예고 글에 비판 이어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익명의 탈을 쓰고 가해자 실명만 공개하는 건 미투 운동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잖아요.”

최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한 시간강사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익명 고발 글이 올라왔다. 악의적인 성희롱 발언을 반복해서 들었다는 피해 제보에 피해자를 공감하는 글도 많이 올라왔지만, 한편에서는 “정말 문제 해결을 하고 싶다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익명이 아닌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쪽의 실명만 공개된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매도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해당 글을 올린 게시자는 최초 폭로 글을 삭제했다. 

지난 1일 울산의 한 대학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미투 예고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 움직임이 미투 운동을 타고 활발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미투를 가장한 무차별 폭로에 엉뚱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미투 운동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진짜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지역 제보 SNS에는 익명으로 ‘학원 강사로부터 아들이 성추행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학원 강사의 성추행 의혹에 학부모들은 가해자를 찾아야 한다며 분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엉뚱한 학원 강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며 불거졌다.

게시물이 다른 SNS 페이지로 퍼지면서 엉뚱한 강사가 SNS 상에 올라온 정황 때문에 가해자로 몰렸고, 학부모들로부터 항의 문자를 받기도 했다. 다른 강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성추행범으로 의심받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해당 게시물 내용은 모두 허위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사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게시자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오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뒤늦게 해당 제보 내용이 거짓임을 확인한 주민들은 “이제 익명 제보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울산의 한 대학교 SNS에는 “과거 성희롱 발언을 사과하지 않으면 SNS에 실명을 포함한 고발 글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예고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엄중히 경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해온 남학생들이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서지 않으면 실명을 거론하는 폭로 글을 SNS 상에 게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고 글에는 이미 성과 함께 학번 일부분이 올라와 다른 이용자들이 가해자를 공개적으로 추측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투 예고 글에 오히려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용자들은 “저런 식으로 해봐야 마녀사냥만 계속된다”, “익명으로 하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가”라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오히려 학교 측에서 해당 게시물에 “마음대로 개인신상을 공개하면 송사를 겪을 수도 있다”며 “학교 측과 먼저 논의하고 도움을 받으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처럼 잘못된 폭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은 진짜 성폭력 피해자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서울 시내 사립대학 대나무숲 페이지는 익명으로 요청된 미투 글에 대해 게시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SNS 페이지에서 허위 미투 글이 문제가 되면서 무분별한 마녀 사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나무숲 페이지 관리자는 “결국, 허위 폭로 글 때문에 진짜 피해자들의 입이 가로막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내용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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