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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박정희와의 논쟁, 가장 불쾌했던 토론”
구순 기념 회고록 국내 출간
북핵·미군철수 등 뒷얘기 담아
“김일성 사안 파악 뛰어난 인물”


1977년 지미 카터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당시 3만 명에 이르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다시 대두했다. 서울에 있던 미군 소장 싱글로브의 감축안 반대 성명이 나오고 의회와 여론도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계획은 철회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회고록 ‘지미 카터’(지식의날개 펴냄)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던 배경으로, 남북한 격차 확대와 한국의 방어 능력을 들었다. 그는 가혹한 경제제재 아래 외부와 고립되고 많은 사람이 굶주렸던 북한과 달리, 한국은 주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판단했다. “나는 헤럴드 브라운 국방장관 및 다른 보좌관들과 함께 이제 미군을 감축할 때라고 결정했다. 한국은 경제력으로나 기술력으로나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수 있었다.”


싱글로브 소장이 백악관으로 소환된 상황도 1977년 5월 21일자 일기에 남아 있다. 싱글로브 소장은 성명을 부인하며 “한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후 국방부가 북한 군사력을 두 배로 늘린 평가서를 내놓은 점을 언급하면서 “이 정보에 매우 회의적이었으나 보고서가 의회 지도자들과 공유됐기 때문에 보고서 내용을 승인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지미 카터’는 1924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나 상원의원, 주지사 등을 거쳐 1977~1981년 재임했던 카터 전 대통령이 구순을 기념해 2015년 펴낸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퇴임 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울을 방문했다가 ‘박정희 장군’(General Park Chung-hee)과 자주국방, 인권유린 등을 놓고 논쟁했던 일화도 상술했다. “이 회담은 그동안 내가 우리 동맹국 지도자들과 가진 토론 가운데 아마도 가장 불쾌한 토론이었을 것이다. 박정희의 젊은 딸이자 북한 암살범에게 살해된 어머니를 대신해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고 있던 박근혜 덕에 분위기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긴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카터 전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기독교인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실렸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서렸던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나 돌파구를 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를 두고 “김일성 주석은 내가 평양을 방문해 그와 미국정부 간의 적대관계를 일부라도 해소해 줄 수 있을지 3년이나 요청해 왔다”라면서 처음에는 마뜩잖았다고 밝혔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방북한 이후 북측과 핵 문제를 토론하면서 “김일성이 서글서글하고 놀라울 정도로 모든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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