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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홍색귀족 돈줄 차단”…권력·리스크 통제 ‘일석이조’
선대 후광 입은 이익집단 안방보험
권력집중 위한 본보기 첫 타깃
금융리스크 선제적 완화 효과도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홍색귀족(혁명 원로 등 고위급의 자손)’의 돈줄 차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대의 후광에 힘입어 막강한 이익집단으로 성장한 홍색귀족의 돈줄을 끊어 권력 집중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금융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정권이 메스를 꺼내든 곳은 자산규모 중국 5위 보험사인 안방(安邦)보험이다.

안방보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은 덩샤오핑의 외손녀 덩줘루이의 남편이다. 그는 자신의 혼맥을 활용해 ‘훙얼다이(紅二代ㆍ혁명원로의 2세)’와 교분을 쌓고 이를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방보험과 연루된 훙얼다이로는 혁명원로 천이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 등이 거론된다.

우 회장이 불법자금모집과 사기,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중국 보험업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는 1년간 한시적으로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안팎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안방보험 사태’를 통해 정적(政敵)들에게 경고의 신호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음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당정 책임자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안방보험이 홍색귀족 처단의 첫 본보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역사학자인 장리판(章立凡)은 “훙얼다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익집단, 금융 거물들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처벌”이라면서 “안방보험 경영권 인수는 이들의 돈줄을 조임으로써 재력을 이용해 시진핑 주석에 대항하려는 싹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보험 사태는 또한 시진핑 정권이 금융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고 금융질서를 정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안방의 경영권 위탁에는 보감회를 비롯해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등 금융 관련 부문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안방이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들인 해외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안방보험이 투자한 해외자산과 이로 인한 부채증가가 중국의 금융위기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와 무관치 않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채 규모가 1조위안(약 170조원)에 이르는 안방보험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 금융에 대규모 부실 자산이 발생한다”며 “안방 자산의 60%는 해외에 있지만 리스크는 모두 중국 내 은행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방에 권력 배후가 없었다면 일개 민영기업이 이렇게 많은 돈을 융자받을 수 있었겠냐”며 “안방 경영권 접수는 금융리스크를 막고 국가이익과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안방보험이 2014년 이후 해외 인수ㆍ합병(M&A)에 쏟아부은 자금은 200억달러(약 21조5300억원)를 웃돈다. 여기에는 한국의 동양생명과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우리은행(지분 4%)도 포함돼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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