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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투명인간 입니다”…인천공항 청소노동자의 한숨
-고객에 밟히며 일해도, 쉬는시간은 고작 10분

-휴게실도 없어…최저임금 인상에 ‘구조조정 1호’

-힘든 상황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고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우리는 유령이에요. 사람들 눈에는 안보이는 유령.”

이 한 마디를 마치고, 정명선 인천공항 민주노총 환경지회장은 한 번 숨을 골랐다. 그가 속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는 현재 408명의 노동자가 함께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업무가 과중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16.4% 인상, 그리고 날씨도 유독 추웠던 이번 겨울. 전국 각지의 청소노동자들은 차가운 겨울을 보냈다. 연세대를 비롯한 학교에서는 최저시급 인상 이후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고, 제2여객터미널이 생긴 인천공항에서도 공항 측은 승객 수 감소를 이유로 청소노동자 29명 감원이 이뤄졌다.

<사진설명1> 한 인천공항 청소노동자가 노란색 청소카트를 끌고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모습.
들에게 최근 근황과 환경 미화업무를 진행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을 물어봤다.

정 지회장은 “화장실이 있고, 노동자들이 청소를 하고 있으면 돌아갈 수도 있는데, 손님이 우리를 밟고 지나갈 때 가장 서러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또 “애써 쓰레기통 분리수거를 해놨는데, 비워둔 통에다 먹던 음식을 다시 버린다든지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인천공항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7시간30분을 일하며, 8~9회씩 구간을 돌며 청소를 진행한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화장실을 치우는 것이 이들 노동자의 주된 업무다. 가운데 점심시간 1시간 있긴 하지만, 추가로 쉬는 시간은 ‘간식시간’이란 이름의 단 10분 뿐이다. 나머지 시간, 노동자들은 할당구역을 꾸준히 돌면서 청소를 진행한다. 청소구역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손은 먹다버린 음료수 탓에 끈적거리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다. 손님이 늘어나는 명절과 휴가철에는 근무강도도 더욱 심해지는 게 현재 모습이다.

이에 정 지회장은 “주위 동료들 중에서 골근계 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학교나 대형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짧은 쉬는시간과 고강도 노동으로 크게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들의 쉼터다. 청소노동자 쉼터로 꾸며진 공간은 대부분이 창고로 쓰이는 공간 귀퉁이. 몸을 쉽게 누일 수도 없고, 고약한 화장실 냄새나 뿌연 먼지 속에서 쉬느라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진설명2> 서울시내 한 대학교의 미화원 휴게실. 이곳은 휴지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한 대학교 청소노동자 강모(61ㆍ여) 씨는 “주로 휴지 창고에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잠깐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잠들었던 자리 위 형광등 아래 뿌연 먼지를 보고 저절로 기침이 난다”고 했다.

이들의 복지 문제를 외면하는 학교 당국도 문제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거듭 언급이 됐지만, 개선은 작은 부분에서 조금씩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대학당국이 청소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알바 용역’으로 교체하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세대와 동국대 등 학교에서는 여기 반대한 노동자들이 본관에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연세대 청소노조에 지지선언을 보인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지하는 졸업생 모임 측은 “설 연휴까지도 연세대 당국은 구조조정을 강행해 왔다”면서 “연세대학교의 행태에 졸업생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연세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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