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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동계올림픽] 평창올림픽 오점 女 ‘팀추월사태’…한국 체육계 고질병 다 들어있다
평창올림픽 빙속 여자 팀추월 한국팀의 지난 19일 경기는 단순한 팀워크 문제를 넘어 빙상연맹 일각의 다양한 난맥상이 고스란히 응축된 단면으로 지적된다.

사태가 발생한지 36시간이 지난 21일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참여 인원은 50만명 가량에 달했다.

백철기 감독이 노선영 없이 김보름과 진행한 20일 저녁의 긴급회견 역시 노선영 선수에게만 책임이 있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돼 더 불을 붙였다.

잘 해오던 평창올림픽 한국선수단에게 ‘옥의 티’가 된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는 올림픽이 끝난 뒤 모종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선수단 차원에서 여자 팀추월 내부 문제점을 자체 조사해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자국선수들을 비난한 알파인 선수를 즉각 징계하고 본국으로 보낸 바 있다.

네덜란드 출신 밥 데용 코치는 사태 직후 트위터에 짤막한 글을 남겼다. “4강 진출은 어렵다. 7~8위전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빙상연맹 관계자의 몇 일 전 말을 뒤늦게 전해놓은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들만 보아도 ▷팀워크가 생명이 팀추월 연습을 따로 했다는 점, ▷연습여건이 노선영 선수에게 불리했다는 점,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숙지한, 충분한 전략 토론이 없었다는 점, ▷노선영-김보름 선수 간 평소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음에도 코칭스태프가 팀워크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미 빙상연맹이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노선영선수의 출전기회가 잠시나마 박탈됐던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연습조건을 차별화시킨 것은 승리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팀워크를 포기할 정도로 강한 정실적, 파벌적, 편애적 기류가 여자팀추월팀 내에 존재했다는 점을 예측케 한다. 이는 합리적 소수의견의 묵살, 항명 선수에 대한 보복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분석까지 나온다. 외국으로 귀화한 빙상선수 일부도 이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밥데용 코치는 경기후 혼자 눈물짓고 있는 노선영선수를 위로했다. 사태 발생 20시간만에 국민청원이 20만명을 흘쩍 넘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수위에 이르자 20일 저녁 연맹이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를 보내 진행한 기자회견에 이 두 사람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선영 선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백감독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뿌리깊은 난맥상이 실제 존재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서로 그냥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어요. (같이 얘기를 나눈 적 있었어요?) 대화가 없었어요. (경기에 대한 대화도 없었나요?) 네. (‘경기 전날 자기가 맨 뒤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노선영 선수가 저에게 직접 얘기했다’는 백철기 감독의 주장에 대해) 제가 직접 말한 적은 없고요. 전날까지 제가 2번으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시합 당일 날 워밍업 시간에 어떻게 하기로 했냐 물어보셔서 저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했더니….”

체육계 안팎에서는 선수단이 빙상연맹과 여자 팀추월팀에 대한 신속하고도 강도높은 조사로 당장 문제가 된 부분이라도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릉=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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