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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 타는 韓정부 vs 여유로운 GM’…어떤 결과든 GM은 웃는다
-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세 번째 방한
- 중대 결정 시한 ‘2월 말’ 앞두고 높아지는 긴장감
-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 해법은 있나?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한국GM 사태를 두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가든 별로 손해볼 게 없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는 여유롭다.

반면 일자리를 잃게 생긴 한국GM 노조와 협력사들,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칼자루’를 쥔 GM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배리 엥글 GM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0일 우리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다.

이달 초에도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난 뒤 11일 출국했던 엥글 사장이 단 9일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포함하면 두 달 사이 무려 세 번째 방한이다. 한국GM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엥글 사장은 산업은행 등 정부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 등 정치권, 한국GM 공장 소재지의 지자체장, 한국GM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에 대한 본사의 ‘중대 결정’ 시한(2월 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엥글 사장이 이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벼랑 끝 협상’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한국GM 공장이 신차 물량을 배정받아 살아 남으려면 정부든 노조든 일단 양보를 해줘야한다는 식이다.

만약 GM이 정부나 노조의 양보를 얻지 못해 한국GM이 글로벌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사실상 한국시장에서의 단계적 철수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현재 생산하는 모델이 노후화되는 오는 2021년께부터는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도 생산할 물량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난 수 년 간 글로벌 사업 철수를 단행해온 GM 본사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출구전략’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연산 50만 대 규모의 장기적인 신차 의사결정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노조가 전향적으로 교섭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여유로운 GM과 달리 일자리와 지역경제 타격에 직면한 우리 정부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GM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공장 폐쇄가 결정된) 군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선(先) 투자, 후(後) 지원’이라는 원칙말고 달리 내밀 카드가 없어 답답한 모습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같은날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GM 지원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GM의 투자 약속을 가져와야 한다”면서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체적인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맞춰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실무진 차원이지만 GM에 대한 인센티브를 이미 논의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백 장관은 “우리 입장에서 무조건 떠난다고 하는 기업을 상대로 양질의 일자리와 장기 고용 측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한국GM 노조, 협력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협력사들은 정부 지원으로 한국GM을 일단 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노조는 무조건적 지원은 반대라며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해결책 모두 GM이 키를 쥔 상황에서 우리가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우리 정부의 실사에 응하겠다고는 하지만 다른 글로벌 사업장에서의 사례를 보면 GM이 본사 경영 자료를 속속들이 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웃는 것은 GM이고, 속이 타는 것은 우리 정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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