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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최순실 중형선고, 투명한 기업-권력 관계 계기돼야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된 최순실씨의 1심 판결을 지켜보기가 참담하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사적인 친분을 고리로 국정에 개입해 한 껏 사적 이익을 추구했지만 그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최씨의 실체와 농단의 윤곽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국민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급기야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국정 농단을 넘어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질서가 한 사람의 사인(私人)에게 철저히 농락 당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책임이 엄중해 무거운 처벌이 불피하다”고 밝혔다. 형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런 사건이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한 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직권 남용, 뇌물 수수 등 무려 18개나 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정농단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만하다. 최씨 변호인은 “너무나 가혹할 정도의 무거운 형량”이라고 항변하지만 조금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씻지 못할 오점을 남긴 책임으로 따지면 오히려 관대한 판결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치부 가운데 하나를 더 들춰냈다. 권력과 기업간의 여전한 갑을관계가 그것이다. 공공재단 재단 설립 등을 이유로 권력은 기업에 기부를 강요하고, 기업은 이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그 재단을 최씨는 개인적 치부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 재판부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 강제 모금은 유죄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 역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최씨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그 죄값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커다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조만간 있게 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중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면 상응하는 교훈은 뼈에 새겨야 맞는 일이다.

국민이 부여한 지위와 권한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권력이 사적으로 남용된 결과가 어떠한지는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위정자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깊이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업과 권력간의 관계도 보다 분명하고 투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권력이 건강하게 협력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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