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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읽는 서울] “취업ㆍ결혼 얘기보다 ‘사랑해’, ‘수고했어’ 듣고 싶어요”
-서울여성가족재단 ‘시민 마음알기 조사’ 결과
-가족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 ‘사랑해’
-수고했어ㆍ잘하고 있어ㆍ잘했어 등도 상위권
-하고 싶은 말도 사랑해ㆍ건강해ㆍ고마워 등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수고했다는 말, 꼭 듣고 싶어요.”

지난 2015년 취업한 후 서울 광진구의 반지하 방에 둥지를 튼 직장인 윤모(28) 씨는 3년 만에 고향인 전북 남원시로 간다. 그는 상경한 뒤 매월 집에 30만~40만원 용돈을 부쳤지만, 여태 부모님을 찾아간 적은 없다. 
서울시민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제공=서울시]

서울에서의 첫 사회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밤샘 회의로 하루 3~4시간 자는 것은 예사였다.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실수라도 하면 며칠 간 상사 눈치를 봐야했다. 잦은 회식으로 매일 아침 술을 토해냈지만,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견뎌왔다.

혼자 울며 잠드는 날이 많아졌고, 스트레스성 통풍이 찾아왔다. 부모님에게 전화로는 “너무 잘 먹어서 10㎏이나 살이 쪘더니 몸이 무거워서 못 가겠다”며 “못 알아볼테니 찾아오지도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는 삽시간에 망가진 몸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번 설 명절에 부모님을 보러 가기로 한 이유는 이제야 ‘정글’ 생활이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윤 씨는 “설 명절에 앞서 틈만 나면 운동을 했다”며 “아들이 부끄럽지 않게 잘 컸다는 것을 보여드리면서, ‘자랑스럽다’는 말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는 설 명절이 찾아온 가운데, 서울시민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추린 조사결과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시민은 취업ㆍ결혼 등에 대한 염려보다 ‘사랑해’,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등 따뜻한 지지를 받고 싶어했다.

17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민 마음 알기 조사 결과’를 보면, 듣고 싶은 말 1위는 ‘사랑해’(18.5%)였다. 2위는 ‘수고했어’(7.9%), 3위는 ‘잘하고 있어’(7.6%)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을 뺀 모든 연령대는 듣고 싶은 말 1위로 ‘사랑해’를 언급했다. 20~30대 여성은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했다. 이 밖에 ‘하고 싶은 일 해’, ‘잘했어’ 등 말을 원했다.

시민은 이런 말을 듣고 싶은 상대로 배우자(28.0%), 부모(20.5%), 자녀(16.5%) 등 가족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연인(9.3%), 친구(6.6%)가 뒤따랐다.

이 가운데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남성ㆍ여성 모두 ‘잘하고 있어’(여성 15.7%ㆍ남성 12.4%)였다. 여성은 또 ‘괜찮아’(9.1%), ‘자랑스럽다’(8.3%)를, 남성은 ‘자랑스럽다’(9.5%) ‘하고 싶은 일 해’(8.6%)란 말을 부모에게 듣고 싶다고 했다. 자녀에게 듣고 싶은 말 1위는 ‘엄마 사랑해요’(여성 30.9%), ‘아빠 사랑해요’(37.3%)로 모두 ‘사랑한다’는 말을 원했다.

시민은 부모와 자녀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로도 ‘사랑해’(24.2%)를 1위로 꼽았다. ‘건강해(건강하세요)’(9.6%), ‘고마워(감사합니다)’(9.5%)가 2~3위에 나란히 올랐다. 이와 함께 여성은 부모에게 ‘힘들어요ㆍ쉬고싶어요’(6.4%), ‘믿어주세요’(5.7%)란 말을, 남성은 ‘미안해요ㆍ죄송해요’(4.6%)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에게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노력해라’, ‘인생 만만치 않다’ 등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어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명절에는 취업ㆍ결혼 등 이야기로 상처를 주기보다는 ‘사랑해’,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등 서로 듣고 싶어하는 말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이 조사는 2015년 12월 4~10일 15~64세 서울시민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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