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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예측불허, 2018년 아파트 공화국
“서울을 무대로 하는 한국 드라마에서 단지(아파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허구다. 어디에 카메라를 두든 아파트가 찍혀야 정상이다. ‘한류(韓流)’는 곧 ‘단지류(團地流)’다.”

아파트 마니아라고 소개한 일본인이 한국의 아파트 단지를 찍어 온라인에 띄운 게시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저층 주택가가 주를 이루는 일본의 시선에 네모 반듯한 건축물은 판타지였다. 반면 아파트 공화국의 민낯이 창피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아파트에 건설사 로고를 새기는 유일한 시장, 유동자금을 집어삼키는 비정상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이다.

아파트 시장은 급격한 경제 성장의 흔적이다. 수도권으로 향한 인구 집중현상은 집약된 주거공간으로 발전했고, 입자와 규모는 부(富)의 잣대가 됐다. 그러나 부동산팀에 와서 본 그 속내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수저계급론 상승에 대한 열망과 경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자본시장의 핵심요소라는 개념이 뒤섞였다.

‘아파트만 집’이란 사회적 인식을 부정하려 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실제 정부가 집계한 주거용 건축물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의 아파트는 14만3000동으로 연면적이 10억4613만8000㎡에 달한다. 단독ㆍ다가구ㆍ연립ㆍ다세대 등 전 유형을 합산한 건축물의 연면적(17억1848만6000㎡)의 61%를 차지한다. 인구의 70%가 아파트에 산다는 통계도 새삼스럽다.

도시 소시민에게 아파트가 강한 사회적 기제가 된다는 90년대 소설의 문구는 유효하다. ‘수준에 맞는 집을 사라’는 정부의 권유에도 대다수 직장인의 최종 목표는 서울의 아파트로 귀결된다. 부의 대물림 이후 세대가 바뀌는 시점에 불평등의 틈이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파트 시장에 치우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다. 실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 골자였던 8ㆍ2대책도 결국 아파트값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들이 집계하는 주택시장 관련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전세난민의 도피처로 떠올랐던 빌라는 제도 밖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이다. “주택시장의 중심에 아파트가 똬리를 틀고 있는 이상 부동산 정책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택정책 원로의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콘크리트 박스 덩어리의 수명이 30년에 불과한 역설적인 현실 속에서 자원낭비 논란이 진행형이다. “집에 유통기한을 박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한 수요자의 물음이 공허하다. 인간의 수명에 걸맞은 안전관리 강화 등 새로운 제도적 보완책이 건설시장의 활력소가 될지도 미지수다. 아파트를 투자처로 보는 시각은 그런 여지를 남기지 않아서다.

공급 과잉 원년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올해 아파트 시장의 급변은 불가피해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미 5년 뒤를 논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정치권의 보유세 논란, 인구 감소 등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단하기 힘들다. 버블 붕괴 후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집값이 장기 하락한 일본의 사례도 언급된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 정부의 규제 기조에 ‘부동산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불변으로 여겨졌던 공식이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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