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전망’ 토론회서 우려표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사진>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 측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한미 FTA의 전망’ 토론회에서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FTA 협상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세이프가드 문제가 또 하나의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세이프가드 이슈에 북한 기사가 파묻혔을 정도”라며 한국 측이 이번 세이프가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한 데 대해 “협상을 더 복잡하게 할 수 있고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 정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나는 이 점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한국 측은 강경하지만 실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이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안보문제가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며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폐기를 이야기했을 때도 워싱턴과 의회가 그렇지 못하도록 설득했는데, 북한의 핵실험이 한미 FTA를 버리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국 측이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설정된 쿼터(할당)를 없애거나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에 대해선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며 “미국의 농산물은 한국에서 이미 잘 되고 있는 만큼, 기존의 내용에서 더 후퇴하면 안 된다. 미국 측이 추가로 조정하려 하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31일(한국시간)부터 1일까지 서울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을 진행한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