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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담보대출 막으니 전세대출 급증
작년 11조6000억…최대치 경신
수도권아파트 전세가율 75% 달해


경기도 남양주 덕소 K아파트 전세에 살고 있는 김현정(가명) 씨는 지난해 12월 전세대출을 3000만원 받았다. 집주인이 2억5000만원인 전세보증금을 300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 주인이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본격화 하고 있는데 이 지역 집값은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자 전세 보증금이라도 더 받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어린 아이들 학교와 남편 직장 등을 고려해 전세대출을 통해 계약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요 은행의 전세 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내집마련이 어려워지자 손쉬운 전세 대출로 방향을 튼 이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요 은행의 전세 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내집마련이 어려워지자 손쉬운 전세 대출로 방향을 튼 이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헤럴드경제DB]

24일 KB국민은행과 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총 45조6926억원으로 확인됐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2010년 2조3196억원 수준이었으나, 매년 3조원 이상씩 증가해 2013년 1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한 해 동안 그 증가액이 5조원을 넘었고 2015년에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여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23조6636억원을 기록해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전셋값이 급등했던 2016년 한해 전세자금 대출이 10조원 넘게 ‘폭증’하면처 대출규모가 34조535억원으로 30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11조6391억원이 더 늘면서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최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하면서 높아진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가 많아진 것도 전세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 평균 전세 가격은 3억5572만원, 아파트만 보면 평균 전세가격이 4억4076만원이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평균 전세가가 2억6478만원, 아파트는 3억1856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새 30% 이상 뛰었다.

매매 가격의 절반 정도임이 ‘상식’이었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 전세가율은 67.5%, 이 중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74.6%에 달한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5%다.

정부가 ‘가계 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것도 전세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 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대폭 줄어들면서 자금을 대는 것이 어려워지자 전세로 방향을 트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투기지역의 LTV와 DTI는 40% 규제를 받지만,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금의 최대 80%까지 가능하다. 금액대로는 2억2000만원까지 전세자금 대출이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요지역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데, 정부가 집값 대출을 규제하자,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자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며 “전셋값 상승 분위기를 몰고 왔고, 자연스럽게 전세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수요자 중 상당수가 20~30대 직장인들이라고 설명한다. 영업점을 찾지 않고 모바일로 신청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국카카오은행이 휴일 없이 24시간 신청 가능한 전ㆍ월세 보증금 대출을 선보이는 등 전세보증금 대출이 쉬워진 것도 전세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일한ㆍ도현정 기자/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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