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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ople & Data]‘헌신’ 내세운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협치’로 3연임 관치 논란 잠재울까
축포나 기쁨의 언어 같은 건 없었다. 360조원 넘는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이제껏 6년을 하고 3년 더하는 게 사실상 확정됐지만, 그의 소감 첫 머리엔 ‘무거운 책임감’이 자리했다.

김정태(66)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지난 80여일은 고민의 시간이었다. 작년 10월 27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1차 회의 이후 지난 22일 회추위가 그를 회장 최종후보로 선임하는 과정까지 잡음의 연속이었다. 


금융회사 CEO를 뽑는데 관치(官治)와 자율경영이 충돌했다. 금융사 CEO의 ‘셀프연임(CEO가 사외이사 추천하고, 사외이사들이 CEO 선임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비판하는 금융당국의 지적은 파상적이었다.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당국과 금융업계 간 진공상태는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22면

뭔가 불안한 이 빈 공간에 김정태 회장은 ‘헌신’이란 키워드를 빼들었다. 마지막 임기이니 만큼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것이다. 3연임을 ‘노욕(老慾)’으로 바라본 시각을 ‘열정’으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열정의 근거는 그가 일군 경영성과가 대변한다. 하나금융지주의 작년 잠정 순이익(에프앤가이드 기준)은 1조9271억원이다. 2015년 9097억원의 배가 넘는다. 우상향하는 주가 흐름도 좋다. 이런 경험을 살려 하나금융지주를 한 단계 더 성장하게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회추위의 판단이다.

김정태 회장은 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론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외이사 선임도 더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밉보여선 일 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당국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이다. 김정태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하나은행의 부당대출 건, 채용비리 등에 대한 검사 결과가 또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국은 원칙론을 강조한다. 김정태 회장으로선 3연임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막판에 틀어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김 회장으로선 진인사대천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때까지 왜 자신이 3연임을 해야 하는 건지, 실적으로 보여줄 로드맵을 짜야 한다. 비은행 계열사 체질개선, 인수합병을 포함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조언은 이미 나와 있다. 선 굵은 CEO라는 평가에 걸맞은 ‘김정태 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얽히고 설킨 연줄의 흥망사를 끊는 것도 김정태 회장의 ‘헌신’ 리스트에 넣어봄직하다. ‘김정태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이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는 동갑이지만 과거에….’ 일류를 꿈꾼다는 한국 금융산업엔 걸맞지 않은 설(說)들과 절연하는 게 관치를 끊고 협치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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