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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정현의 테니스 메이저 8강 진출은 역사에 남을 쾌거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8강 고지에 밟은 것이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메이저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1981년 US 오픈 여자 단식에서 이덕희가, 이형택이 이 대회 남자 단식 16강에 두 번 오른 게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대회는 아직 진행중이다. 정현은 이제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에 들어섰다. 그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고 기대 또한 크다. 설령 여기서 그치더라도 정현은 한국 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8강에 이르는 과정도 완벽했다. 16강전 상대인 조코비치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메이저 대회를 무려 12차례 석권했으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기간만 223주에 달한다. 최근 전성기는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정현은 세트 스코어 3대 0의 완승을 거두었다. 조코비치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나보다 나은 플레이를 했다”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각국 언론은 ‘차 세대 스타의 탄생’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정현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테니스계의 희망이다. 2013년 세계랭킹 772위에 불과했던 그는 이듬해 173위까지 가파르게 순위를 끌어올리며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해 4월 만 18세의 나이에 랭킹 100위 이내(88위)에 진입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으며 100위권 밖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고된 훈련과 인내로 극복하고 지금은 58위까지 순위를 더 올렸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랭킹은 더 상승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는 20대 초반으로 여전히 젊다. 정현에게 메이저 우승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됐다.

이번 쾌거는 반가운 일이나 반짝 관심으로 끝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현이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는데, 한국이 테니스 불모지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지속적 애정과 체계적 지원으로 제 2, 제 3의 정현이 나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나홀로 스포츠 스타들이 출현했지만 그 때 뿐 대부분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질 못했다. 황영조 이후 마라톤, 김연아 이후 피겨스케이팅이 그랬고, 다시 약체국으로 내려앉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이 유력한 스켈레톤의 윤성빈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갈 숙제를 정현이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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