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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터처블’, 인간의 욕망-부패 권력층에 대한 날선 비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악은 오래될수록 그 존재를 숨기고 산다. 우리 일상속에 숨어있는 그 존재를 모르기에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른다.”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의 마지막회 종반 ‘장준서’(진구)의 나레이션이다. 한나 아렌트가 독일 파시즘의 근원을 언급하면서 강조한 ‘악의 일상성’과 닿아있다.

장준서의 이 독백은 자신의 아버지 장범호(박근형)가 구축한 ‘악의 괴물’ 흑룡도가 붕괴되고도 북천 시민이 “장범호 시장은 영원하십니다. 그 분은 우리 가슴속에 살아계십니다”라면서 장범호를 그리워하는 집회를 여는 모습을 보면서 나온다. 

장범호는 북천경찰서장을 비롯해 경찰과 검찰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빼돌려 그들에게 자신을 신격화하는 세뇌교육을 시킨 후 이들을 이용해 장씨 일가가 북천을 지배하게 했다.

장범호는 자신의 오른팔인 행동대장 용학수(신정근)에 의해 죽을 때, “나는 장범호가 아니다. 나는 신(神)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용학수는 법정에서 “그분(장범호 시장)은 평생을 오로지 북천을 위해 살아온 분이다. 그 분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분은 아무 잘못이 없다. 모든 것(살인 지시)은 내가 한 것”이라고 말하고 죄를 뒤집어쓴다.

‘언터처블’은 이처럼 부패 권력과 이에 물든 인간의 욕망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권력을 중심으로 여러 인간의 군상을 조명했다.

장범호와 구용찬(최종원 분)을 통해 맹목적으로 권력을 탐하며 비인간적인 행위를 일삼는 인물을 대변하고, 준서-서이라(정은지 분)를 통해 이 같은 거대 권력과 맞서는 정의의 세력을 표현했다. 더불어 기서(김성균)-자경(고준희)은 부패한 권력의 희생양을 대표했다. 특히 권력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장범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을 향한 경계의 메시지를 던졌다.

‘언터처블’은 TV 드라마로서는 한 차원 다른 느와르 장르를 안방극장에 선물했다. 웰메이드 느와르답게 화려한 액션, 속도감 있는 전개로 눈 돌릴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느와르 장르가 가진 특징인 극명한 선악구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언터처블’은 극의 중심이 되는 준서-기서 형제의 관계를 단순한 적대관계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의심과 갈등, 애정과 죄책감이 뒤엉킨 애잔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로 그려냈다. ‘언터처블’은 선 굵은 정통 느와르의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그 안에 인물의 세밀한 감정선을 적절히 녹여내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와르를 탄생시켰다.

한편, ‘언터처블’에서는 많은 배우들이 골고루 활약을 펼쳤다. ‘눈빛장인’ ‘액션 장인’으로 거듭난 진구, 악역의 새로운 역사를 쓴 김성균, ‘연기 거장’다운 면모를 보인 박근형 외에도 최종원, 진경, 정은지, 고준희, 경수진, 신정근, 손종학, 박원상, 박지환(구 형사), 이재원, 임현성, 박진우, 김지훈, 조재룡, 김민상 등의 연기 노고가 있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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