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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乙-乙갈등 불지핀 최저임금 인상
‘사장님’ 흔히 서로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을 때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이 호칭은 상대에 대한 예우와 부러움 그리고 동경의 속내를 담고 있다. ‘월급쟁이’라는 표현이 주는 맥빠지는 느낌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호칭이 주는 느낌대로 통상 ‘사장님’과 ‘월급쟁이’는 갑(甲)과 을(乙)의 구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의 고용 현실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사장도 사장 나름인 세상이다. 사장님이 너무 흔해졌다. 흔해진탓에 사장님의 지위는 갑에서 을로 전락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통계에서도 이런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의 자영업자는 564만명에 달한다. 무급으로 가족의 자영업을 돕는 이들도 110만명을 넘어선다. 전체 취업자의 25%가 자영업자다. 자영업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자영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고용 구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사생아’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혹독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기업이 맡던 고용부담이 고스란히 자영업으로 전가됐다. 갈 곳 잃은 직장인들이 불나방처럼 장사에 뛰어든 비자발적 전환이다. 왜곡이 일어난 고용 시장은 이후 고비 때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청객이 되고 있다.

무술년 새해 벽두부터 심화되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의 본질 또한 왜곡된 자영업 구조를 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가계 소득을 높이는 데 있다. 부담은 곳간이 넉넉한 정부와 기업이 맡는다. 정부는 재정을 푸는 동시에 공무원을 증원키로 했고, 기업은 최저 임금을 높여 가계의 소득을 늘린다. 이를 위해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돼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자영업이 문제다. 67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는 전혀 부유한 기업이 아니다. 겉보기엔 ‘사장님’이지만, 실상은 월급쟁이보다 못한 한계기업이 태반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을’이 다른 ‘을’을 걱정해야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직원 소득이 느는 만큼 영세한 ‘사장님’들의 소득이 주는, 마치 제로섬 게임을 연상시킨다. 이에 정부는 일자리 안정기금을 통해 ‘사장님’들의 부담을 덜겠다 한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 땜질 처방에 다름 아니다.

논란은 커져가는데 정부는 또 다시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공표하고 구인활동까지 제재하겠다고 한다. 사장님들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문제 해결은 원인의 근본적 치유에서 찾는 게 옳다. 자영업 공화국의 왜곡된 취업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게 우선이다. 은퇴 후 치킨ㆍ피자가게를 여는 걸 창업으로 보는 현실에서 최저 임금 인상은 결코 성장의 마중물이 되기 어렵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공연히 세수만 낭비한 채 을과 을의 싸움만 조장하는 최악의 결과만 낳는다.

해법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다.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우호적인 기업환경이 먼저다. 자영업에 떠넘긴 고용 부담을 다시 기업이 되찾아오는 그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도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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