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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정태 논란’ 시장은 이미 관치로 본다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되는 상대끼리 붙었다. 서슬퍼런 금융당국과 일개 금융지주사가 관치(官治)와 자율경영을 놓고 험악한 분위기다. 전선을 좁히면 금융당국과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현 회장간 줄다리기다. 작년 말께부터 당국이 발신한 메시지는 ‘김정태는 안 된다’로 요약된다. ‘왜’ 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로 해당 지주사 수장을 교체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금융권에 퍼진 상태다.

의심이 확신 단계로 가는 ‘사건’이 돌발했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듯했던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진위원회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12일 열린 회추위과 금융감독원간 간담회가 발단이었다. 금감원 측은 이 자리에서 회추위가 15일부터 이틀간 진행하려는 회장 후보자 대상 인터뷰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김정태 회장 등 하나금융 임원 4명에 대해 아이카이스트 불법대출과 관련한 검사가 진행 중이라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하나는 회장 선출 일정이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진행되니 ‘속도 조절’을 해도 되지 않겠냐는 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에게 “관치하는 거냐’고 단독진입으로 물었다. 그는 “아니다”라고 잘랐다. 그러면서 “(회추위ㆍ금감원) 간담회 자체가 회추위 쪽에서 먼저 요청을 해 이뤄진 것이고, (우리 의견을 묻기에) 권고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나선 게 아니니 관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선제적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하나은행이 아이카이스트에 20억원 규모의 특혜대출을 해준 것과 관련해 회추위가 현재까지 추려낸 인물들이 조사 대상이기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는 것이다. 적합한 절차를 거쳐 회장을 뽑아놨더니 당국으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아 무효가 되느니 좀 더 신중을 기하라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특혜대출에 대한 검사에서 팩트를 확인하는 데엔 2주 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4명을 검사하고 있다. 누군지 모르지만, (특혜대출에) 관련이 있는 걸로 결과가 나오면 굉장히 혼란이 오게 된다”며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사의 임원이 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8가지 조건이 나열돼 있다. 적어도 현재로서 김정태 회장은 8가지 조건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 당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 최고경영자 후보를 뽑는데 금감원이 나서서 일정을 연기하라고 하는 게 맞는 것이냐”며 “절차상으로 하자가 있거나 법을 위반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데‘ 마냥 기다릴 수 있을까. 이런 식이면 최고경영자 선임을 앞두고 의혹만 제기해도 그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다. 금융당국이 판단을 늦추기만 해도 최고경영자 후보를 낙마시킬 수 있을 지 모른다. 금융당국의 판단이 100% 옳을 수도 없다. 금융당국의 결정이 법원에서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고경영자 선정은 주주이익과 직결되는 선택이다. 올해부터는 섀도우 보팅제도도 폐지된다. 주주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 과정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금융계는 떨떠름하다. 당국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관치‘에 발을 담갔다고 본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수장이 약속한듯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거론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혁신’을 명분으로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을 ‘물갈이’하려는 게 아닌 지에 대한 의심이다. 김정태 회장 건을 금융당국이 노련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관치는 의심과 확신을 넘어 ‘확증’ 단계로 번져갈 것이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그래서 적어도 금융의 지배구조는 특정 기업 내부 뿐 아니라 정책과 규제를 행하는 금융당국까지 포괄한다. 각자의 역할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최고경영자가 ’왕 노릇‘ 해서는 안되듯이, 금융당국도 ‘주인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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