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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황금빛’, 천호진의 ‘상상암’이 불러온 효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천호진(서태수)의 병명은 ‘상상암’이었다. 충격과 황당함도 주고 사람도 살리는 이중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중요한 효과는 또 있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이 시대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것일 거다.

‘황금빛 내 인생’은 가장인 천호진이 가족들과 각자 살자며 기타와 옷가지를 들고 집을 나갔다. 그가 남겨둔 메모에는 “나 혼자 지내러 간다. 때 되면 연락 갈 거다. 내 걱정은 안해도 된다”라고 씌여있었다. 

자신의 병이 위암일 것으로 생각한 천호진은 63년의 평생 자기 마음대로 해본 게 하나도 없었다면서 죽는 것 하나만이라도 자신이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다 죽을 요량이었다.


천호진의 ‘상상암’ 설정은 드라마에서 상상하기 힘든, 생소한 소재다. 자칫 시청자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전개다. 하지만 그속에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잘 표현했기에 이 황당한 설정도 드라마 스토리에 녹아들어갔다.

이 시대 아버지들의 큰 고민은 힘들고 희생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점 외에도,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족들에게 “나 힘들게 살고 있어. 그러니 너희들이 좀 잘해”라고 말하는 순간 아버지는 우스워진다. 그런 애비의 마음이 ‘상상암’ 하나로 고스란히 전달된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사회적 순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천호진은 가족들에게 “우리가 무슨 가족이야. 각자 살기로 했잖아”라고 했다. 가족들은 아무도 자신과 속얘기를 하지 않았다. 자식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아버지를 소외시켰다.

천호진은 지안에게 “가난한 애비 싫다고 원망 퍼부으며 갔지”라고 말했다. 28년간 키운 딸에게 철저히 부정 당한 심정, 능력이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능력이 없을 때는 아무 짝에도 필요없는 아버지였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된 천호진이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암에 걸리길 소망했을까. ‘상상암’ 사건을 통해 자식과 아내는 아버지와 남편의 속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이게 가족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가족들이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감동’이 생기지 않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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