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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팽콩쿨 우승자 타이틀 벗어나고파…음악가 조성진이고 싶다”
7일부터 전국 4개 도시 신년독주회

“베를린필과 협연 가장 기억 남아…

이제야 피아니스트가 된 것 같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언젠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조성진의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올해로 스물 네 살, 이 아름다운 청년은 그 포부마저도 단단하고, 아름다웠다. 연주 잘하는 연주자를 넘어서 음악가로 기억에 남고 싶다니. 사실 20대 연주자라면 누구나 품는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성진이기에 실리는 무게감이 달랐다. 실현불가능한 이상향 혹은 상상이 아니라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성진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전국 4개 도시 순회 독주회’ 기자 간담회에서 "쇼팽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다. 조성진의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크레디아]

2018년은 조성진의 팬들에겐 특별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느해보다 그를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많다. 조성진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전국 4개 도시 순회 독주회’ 기자 간담회에서“쇼팽 콩쿠르 이후 여건이 맞지 않아 한국 공연이 적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한국무대에 자주 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국 무대가 가장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올해는 전국에서 10여차례의 공연이 예정됐다.

가장 가까운건 1월 7일부터 일주일가량 진행되는 신년 독주회다. 부산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전주, 대전으로 이어지는 4대도시 투어를 진행한다. 베토벤 소나타 8번과 30번, 두번째 정규 앨범 ‘드뷔시’중 영상 2집, 쇼팽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9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 공연이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예정됐고, 11월에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12월에는 DG(도이치그라모폰) 12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에서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조성진은 이번 신년 독주회에 베토벤과 드뷔시를 선곡했다. 지금까지 ‘쇼팽 스페셜리스트’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쇼팽콩쿠르 첫 한국인 우승자로 기억되는걸 경계한다. 그러기위해 콩쿨 전부터 다른 작곡가들을 많이 치긴 했지만 요즘 다른 레퍼토리를 연구하고 또 시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십년 피아니스트를 할 텐데 그 사이 쇼팽만 치기엔 아깝다. 훌륭한 작곡가들이 너무나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베토벤에 대해 “항상 예상 밖의 화성이나 음악적 아이디어를 악보에서 발견할 때가 많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작곡가”라며 “베토벤을 연주하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겠다 생각해 이번 프로그램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드뷔시는 파리에서 음반을 녹음하며 연구했고, 쇼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선곡했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그는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베를린 필과 협연을 꼽았다. “지난해 연주를 100번 조금 넘게 했다. 아무래도 어릴때부터 꿈 꿔왔던 베를린필과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한국에서 연주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이 협연을 끝내고 나서야 피아니스트로서 한 계단 올라갔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라는 말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제야 ‘피아니스트’가 된 기분이다”

지난해 8월 베를린으로 이주는 이제 적응 단계다. 음악가, 현대미술작가 등 현대 예술가들의 가장 힙한 장소로 떠오른 베를린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월 이사 이후 연주가 많아 실제 베를린에 머물렀던건 1달 남짓이다. 현재까지는 살기 좋고 편안하다. 주변에 젊은 음악가들이 많다. 연주회도 많고 실력이 좋은 오케스트라도 많다. 음악인으로는 살기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30대가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는 속내도 비쳤다. “브람스를 좋아하지만 연주한 적은 없다. 체중하고 소리가 연관있다고 생각하는데, 브람스를 칠려면 지금보다는 몸무게가 더 나가야할 것 같다. 서른살 쯤이면 살도 찌지 않을까(하하)”

쇼팽 이외 다른 작곡가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 곡을 익히기 전엔 다른 연주자의 음반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내해석을 잘 하고 완성시키고 싶어서”란다. 그는 파리에서 음악분석 과목을 배운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최근 가장 도전하고 싶은 작곡가는 헝가리 출신의 벨라 바르톡이다. 이 젊은 청년에 대한 기대는 날이 갈수록 커지지만, 정작 본인은 기대의 무게에 휘청이지 않고 자신의 성을 견고히 쌓아가고 있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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