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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2018-반쪽 지방분권…길을 찾다 ④일본] “돈받을 정책 만드는게 지방정치…지역정치인, 전문직의 하나일뿐”
무라카미·와타나베 시의원의 한탄

[히로시마(일본)=최정호ㆍ홍태화 기자] “부모로부터 진정 자립할 때가 언제였어요? 돈 벌기 시작할 때 아니였나요?”

지방자치도 똑같다. 100년이 넘는 지방자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지역 정치인들이 한 이야기다.

히로시마 시의회 소속 무라카미 아쓰코(공산당)ㆍ와타나베 고조(공명당) 의원을 찾았다. 무소속인 현직 유자키 히데히코 지사가 3선에 성공한 다음 날이었다. 지사가 주도적으로 역할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두 의원 모두 고개를 저었다.


무라카미 의원은 “지방정치는 국가 정책 아래에서 지역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만드는 수준이다”며 “돈을 받을 수 있을지를 따져 정책을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나라 정책이 바뀔 때마다, 공부”한단다. 그래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예산을 독점하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돈 타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의원은 이에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5:5로 바꿔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와타나베 의원은 “명목상으론 4(지방):6(국가) 정도로 세금이 들어온다. 그런데 실제로 필요한 돈은 7:3이다”며 “그래서 국가에서 ‘3’을 받아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5가 돼야 한다. 나아가 더 당겨야 한다”며 “그래야 정부에 물을 필요없이 지방만의 정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지방자치제가 가진 문제도 이와 뼈대가 같다. 다만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2할 자치’라고 평가했다. 그가 제시했던 로드맵이 4할 자치였다. 일본은 그나마 이를 달성했지만, 갈증을 완벽히 해소시키지는 못한다.

지자체장이 중앙정치로 쇄도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모두 지자체장 출신이다. 지자체 이후 대선 혹은 여의도란 커리어가 정형화된 셈이다. 일본은 다르다. 지역 정치인은 지역에서 다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역 정치인이 중(하원)의원으로 가는 일 자체가 드물다.

와타나베 의원은 “저도 4선이지만, 선수가 낮은 편이다”며 “지역 정치인은 지방에서 계속 이 일을 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중앙정치로 가려 하는 순간에 민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역정치인이 전문성을 가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란다. 히로시마 지역 정치인 목록엔 9선(하야시 마사오), 13선(나카모토 히로무) 등 다선 의원이 수두룩했다.

사람 문제도 세금과 연결돼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의원은 스스로 기자에게 “돈 말고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뭔지 알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시민’이라고 짧게 자답했다. 이어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줄면 지방자치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지방자치의 객체이자 주체인 지역도시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원조달 문제도 자연히 따라온다. 와타나베 의원은 “의료비가 계속 나갈 것이다”며 “시 예산은 6000억엔 수준인데, 이는 고정 자산세와 소득세 등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점점 받는 사람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령화가 아니다. 초고령화다”며 “피할 수가 없는 길”이라고 했다. 고령화를 막자는 문제인식이 아니다. 일본은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고령화를 막는 대책보다 고령화된 사회에 활력을 넣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하게 하려 한다”며 “그래야 본인에게도 좋고, 지방자치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노인이 일도 정치적 참여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지방자치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단 이야기다. 주변 시나 현과 협조해 지방자치 연정을 펼칠 논의들도 설명했다. 절대적 시민 수가 줄면 지방자치는 불가능하단 위기의식에서 나온 대안들이라고 했다.

현재 이를 위한 방안으로 히로시마시에서는 ‘활기찬 활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와타나베 의원은 “70세 이상 노인이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개념의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행사에 참가하거나 공원 청소 한 번만 해도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이 포인트는 연간 최대 1만 포인트가 쌓이는데, 이를 돈으로 환전하거나 의료비로 지출할 수 있다. 노인 건강관리와 사회활동 참여를 연관시킨 대책이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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