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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비전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장 불이 떨어진 국민의당은 호남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통합 관련 일정을 잡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바른정당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국민의당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한걸음 비켜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안 대표 결단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촉각을 바짝 곤두 세우고 있다. 두 당의 통합 과정에서 헤쳐모여식 정계 개편 조짐도 보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주도하는 두 당의 통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다만 안 대표는 전(全)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 “당원의 찬성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통합 절차를 밟고, 당원의 뜻이 반대로 나타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배수진을 치는 비장한 각오가 그대로 느껴지는 발언이다. 통합을 둘러싼 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지만 그 의지는 절대 꺾지 않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의 정치 입지를 감안하면 안 대표로선 이런 승부수를 충분히 던질만하다.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 지지율은 현재 4%대로 창당 이래 최악이다. 지난해 총선(26.7%)과 대선(21.4%) 득표율은 고사하고 두자릿 수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철옹성같던 호남권에서의 지지기반도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때 마침 바른정당도 소속 의원들이 대거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바람에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어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 ‘합리적 중도’의 기치 아래 두 세력을 합해 새로운 정치적 도약을 모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안 대표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대의명분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당’에 원내 3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부여했다. 진보와 보수로 갈린 극단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 정치를 해 달라는 게 표심이고 민의다. 그런데 안 대표의 승부수에는 이를 왜 뒤집고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

큰 선거에 앞서 세력을 불리기 위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그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번 안 대표가 희망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통합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명분도 서고 통합도 비로소 의도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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