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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망(網)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
지난 14일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을 폐기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우리나라에서도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연결망으로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은 내용이나 유형, 수/발신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인터넷 연결망을 도로에 비유한다면 도로로 진입하는 모든 자동차는 종류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통과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공공성을 강조한 이 원칙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되었다.

미국도 2015년 연방통신위원회 규정으로 채택하였으나 이번에 2년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이 정부가 세금으로 건설하는 도로와는 달리 인터넷 연결망은 민간기업 (우리나라는 SKT, KT, LG U+ 등 3개 통신사업자)들이 깔고 유지하며, 그 비용은 세금이 아니라 가입자들의 요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100% 공공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자율성과 사회 공공성의 충돌은 해묵은 이슈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엄청나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통신 트래픽은 지난 5년간 10배 이상 늘었고, 이중 동영상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마치 좁은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와 트럭이 몰려들어 엄청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망 용량을 확충하는 등 많은 투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게다가 앞으로 5G 시대가 도래하면 망 건설과 유지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슈는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같은 플랫폼업체가 일부 부담하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통신사업자가 전적으로 책임지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고속도로 통행료처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업체에는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결정은 단순히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를 넘어 통신과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만일 망 중립성 원칙을 완전히 폐지하면 통신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의 비용 부담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하거나 통신 속도를 다르게 하는 등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튜브 등 대규모 사업자만 초고속 연결이 가능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콘텐츠업체는 연결조차 어려운 불리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통신사업자들이 자사나 계열사의 콘텐츠 서비스를 우대할 수 있어 방송통신 미디어산업의 합종연횡도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망 중립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망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된다.

특정 서비스의 데이터 비용 일부를 콘텐츠 사업자가 부담하는 제로레이팅 (스폰서 요금제) 제도의 활성화나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외국 플랫폼 기업이 부담하는 망 사용료의 현실화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미국의 결정에 무조건 부화뇌동하기보다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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