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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바이오 세계 5대 强國 이끄는 기업 ③] ‘신라젠, 항암제 세계 최고 블록버스터의 꿈꾼다’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개발
-말기 간암 환자 600명 대상 임상 3상 진행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효과도 기대
-연구개발비 전액 비용으로 잡아 회계도 투명

[헤럴드경제=김태열ㆍ손인규 기자] 올 한해 ‘신라젠’만큼 제약바이오업계와 증권가에서 주목을 받은 기업은 드물다. 지난 2006년에 설립되어 지난해인 2016년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기술력과 성장가능성만으로 48명의 임직원, 명균연봉 4000만원의 작은 기업을 단숨에 한때 시가총액 8조원이 넘는 ‘코스닥의 히어로’로 등극시켰다. 신라젠의 시장가치를 폭등시킨 주인공은 바로 항암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이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JX-594)’이다.

아직 제품이 나온것은 아니지만 펙사벡의 활발한 ‘글로벌 임상’ 소식에 제약바이오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라젠의 주가는 연초에 비해 연말 7배까지 상승,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이 됐고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에도 바이오기업의 원칙인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우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설명=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사진 위)과 문은상 신라젠 대표]

▶신라젠의 전부인 ‘펙사벡’… 말기 간암에 효과 기대=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단 하나의 제품이 기업의 거의 전부를 책임지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제품이 잘 팔리지 않더라도 블록버스터 제품 하나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애브비의 ‘휴미라’다. 휴미라는 지난 해 기준 약 18조원의 연매출을 올린 전 세계 판매 1위 바이오의약품이다. 휴미라는 애브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제약바이오 기업은 주력 제품에 거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이 제품이 성공이냐 실패냐는 기업 존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신라젠이라는 사명은 삼국시대 ‘신라’와 영국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 박사의 이름을 따 ‘신라젠’으로 지었다. 신라는 귀족들이 온천욕으로 천연두를 다스렸고 제너 박사는 소의 천연두(우두법)를 처음 발견한 학자다. 펙사벡은 천연두 예방 백신에 쓰였던 우두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작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다. 즉 펙사벡은 신라젠의 존재 이유가 되는 셈이다.

다른 개발중인 항암제와 달리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가 항암 치료 환경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펙사벡의 첫 타겟은 말기 간암 환자였다. 현재 말기 간암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현재 유일하게 시판돼 사용중인 ‘넥사바’가 있긴 하다. 하지만 넥사바로 치료 받은 환자 828명 중 단 한 명도 완전관해(암이 모두 없어진 상태)에 도달한 환자는 없었다. 반면 펙사벡은 30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에서 3.3%의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투여 후 종양이 줄어드는 전체 반응율도 13%로 나타났다. 임상 2상에서 이런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펙사벡은 현재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으로 사용 가치 ‘UP’=펙사벡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차세대 암 치료 트렌드가 되고 있는 병용요법에 있어 펙사벡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항암제 중 ‘면역관문억제제(ICI)’는 암이 만드는 면역억제 환경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면역체계를 되살리는 항암제다. 암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 환자의 면역체계 기능을 되살려 스스로 암과 싸우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응만 하게 되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생존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3세대 항암제라고 불린다.

하지만 현재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는 환자가 20~30%에 머물고 일부 암(피부암, 폐암)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다른 항암 치료제를 병용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임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런 병용치료는 이미 지난 2015년 암젠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임리직’과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으로 그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임상에 따르면 임리직과 키트루다의 병용 치료가 임리직 단독 치료보다 2배 이상 효과를 냈다.

펙사벡 역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이 기대되며 여러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유명 바이오텍 ‘리제네론’은 신라젠 펙사벡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라젠은 리제네론에서 개발 중인 면역관문억제제 후보물질 REGN2810을 무상으로 공급받아 신장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보통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며 “리제네론과의 공동 임상은 리제네론에서 수십억원의 임상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이는 리제네론이 펙사벡의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라젠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는 대장암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을 설계 중이다. 완치 절제술이 듣지 않는 대장암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펙사벡+더발루맙’ 병용요법과 ‘펙사벡+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 중 어느 치료가 더 효과를 보이는지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라젠은 국립암연구소에 펙사벡을 제공하며 미국 정부 소유 연구시설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접근 권한과 전문가 자문서비스를 지원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글로벌 바이오업체 또는 기관의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은 신라젠 펙사벡이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긍정 신호로 볼 수 있다.펙사벡은 오는 2020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많지만 무엇보다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또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이 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전액 비용 처리…회계 투명성 지킨 신라젠=한편 신라젠은 올 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가장 언급이 많이 된 코스닥 상장사이기도 하다. 올 해 초 약 1만2900원대였던 신라젠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 8만2500원으로 7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11월에는 주가가 15만원을 넘은 적도 있다. 현재 시가 총액은 5조6100억원대로 형성됐다. 신라젠은 올 해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수익률 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수익률 2위를 보인 ‘나라케이아이씨’보다 두 배나 높은 것이다.

신라젠의 주가 고공행진은 올 해 불어닥친 바이오 주식 열풍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일부에선 바이오주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실제 일부 바이오업체는 아직 실적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반영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 중인 제품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특히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실제보다 우량한 기업으로 보이게 해 투자를 받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신라젠의 경우엔 대부분 기업과는 다른 투명한 회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기업들의 회계 처리 방식은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개발에 실패하거나 기술수출 계획이 무산됐을 때 자산으로 잡았던 연구개발비가 손실로 바뀌어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위험요인이 높다”며 “신라젠은 지난 해 발생한 261억원의 연구개발비 전액을 비용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개발 중인 펙사벡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투명한 회계처리 방식을 고수하며 2018년 대한민국을 바이오 강국으로 이끄는 주역을 꿈꾸고 있다.

<신라젠 소개>

대표: 문은상

연혁: 2006. 03 신라젠 설립
2015. 04 간암 대상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미 FDA 승인
2016. 12 코스닥 상장

자본금: 332억원

사업영역: 항암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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