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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모님 텃밭에서 자란 들깨·두릅·매실…셰프의 깐깐한 식단‘기본은 제철 식재료’
‘주옥’의 모든 재료는 신창호 셰프의 손 끝에서 결정된다. 그는 요리의 첫 번째는 ‘재료’라고 말한다.

재료의 중요함을 알기에 좋은 재료에는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달마다 ‘제철 식재료’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주옥의 입구엔 신 셰프가 직접 선정한 ‘제철 식재료’ 사진이 걸려있다. “그 달에 가장 맛있는 재료가 제철 식재료죠. 1년에 4번, 계절마다 코스에 변화가 있어요. 식재료 선택의 기본은 맛이에요.” 

신창호 셰프가 직접 담긴 발효식초들이 레스토랑 안,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식재료 구입도 셰프가 발품을 판다. 일주일에 두 번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나물을 구입한다. 잎채소류는 경기도 양평의 유기농 농장에서 키운다. “양평 농장에 필요한 걸 말씀드리면 키워주세요. 거기서 허브도 따오고, 오이잎, 당근잎도 맛 보고 꽃도 구해요. 농장에 가서 많이 배워요. 대한민국의 사철에 어떤 채소가 나는지,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는 왜 못 생겼는지….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식재료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돼죠.”

장모님의 텃밭에서 자라는 들깨와 두릅, 매실도 주옥의 주방으로 향한다. “깨를 심어 기름을 만들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들기름과 두릅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주옥엔 ‘주객전도’ 요리도 있다. 강원도 전복소라, 러시아 오세트라 케비어와 같은 값비싼 재료가 들어가는데도 요리의 이름은 ‘들기름’이다. “메인이 들기름이에요. 하하”

식재료를 고르는 셰프의 눈은 까다롭고 꼼꼼하다. 신 셰프는 자신이 검증하지 않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한식재단과 함께 호주 ‘굿 푸드 앤 와인쇼’에 참석할 당시 한우까지 공수해갔다. “가져가면 안되는 지 정말 몰랐어요. (웃음) 이유는 하나였어요. 호주 소고기도 엄청 좋잖아요. 하지만 전 제가 먹어보고 판단하지 않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안 맞을 수도 있고요. 그 불안감을 줄이려고 돌다리도 두드리는 거죠.”

당시 현지에서 선보인 ‘청담육회’는 대성공이었다. 주옥의 저녁 코스에 나오는 메뉴이기도 한 ‘청담육회’에는 한국과 서양이 어우러졌다. 고소한 페이스트리(pastry) 위에 신선한 육회가 올라간다. 탄생과정은 험난했다. ”처음엔 간장으로 해보고 고추장으로도 해봤어요. 그런데 어디서나 파는 육회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곤드레 누룽지를 만들어 올려보기도 하고, 감자칩을 만들어 올려도 봤죠. 장아찌를 올리니 더 괜찮았고요. 조금씩 변화가 생겨 지금의 청담육회가 나온 거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발한 조합’에 무릎을 치게 된다. 독창적인 식재료의 조합과 담백한 맛이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어우러진다. 그는 한식의 경계를 허문다고,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억지로 한 접시에 내지 않는다.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주옥에 대해 “섬세한 플레이팅과 재료에 대한 감각적인 해석으로 음식을 풀어낸다. 창의적인 메뉴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메뉴를 개발할 때 각 재료간의 조합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써요. 전체적인 흐름에 튀지 않아야 하죠. 쉽지는 않아요. 100개 중 하나 건지는 거예요. 계속 먹어보다 딱 하나 맞았을 때의 희열이 있어요. 그게 요리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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